이미 중국 당국을 믿지 못했던 부모들의 불안과 불신이 불량 백신 파문으로 한층 더 증폭됐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불량 백신 파문 이후 인터넷 대화창에는 예방 접종을 위해 홍콩에 다녀오는 것을 논의하는 부모들로 가득해졌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 |
불량 백신 사건은 이달 초 산둥성 지난시에서 의사 팡씨와 의대 졸업생 딸이 지난 2010년부터 저온보관 규정을 어긴 불량 백신을 중국 성ㆍ시ㆍ자치구 곳곳에 유통한 것이 적발되면서 불거졌다. 이 때문에 급성 전염성 뇌척수염에 걸린 아이가 나오는 등 실제 피해자도 발생했다.
불량 백신 파문 전부터 불신은 뿌리깊게 자리잡아 왔다. 중국 푸젠성에 거주하는 한 아이 어머니는 FT에 자신의 아들이 두 살일 때 네 살짜리가 맞아야 할 백신을 잘못 맞은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은 아이에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아들에게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불량 백신으로 불거진) 논쟁은 나를 두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부모들이 향후 예방접종을 아예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세계보건기구(WHO)도 나섰다. WHO는 성명을 통해 중국에서 예방접종 덕분에 소아마비와 B형 간염, 홍역 발병 건수가 크게 줄어 들었다고 밝혔다. 또 중국 정부에 백신 규제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버나드 슈와트랜더 WHO 주중 대표는 “최근 사건과 관련된 문제 중 하나는 백신에 대한 부모들의 믿음이 감소해 아이들에게 정기적인 예방접종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와 중국 내 백신에 대한 확신을 회복시키기 위한, 그래서 중국 아이들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즉각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등을 포함해 몇몇 국가의 사례를 보면 부모들이 백신을 믿지 못해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 한 세대 전에 나타났던 질병이 다시 발생하기도 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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