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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는 인공지능 봇에게 어떻게 ‘증오’를 가르쳤나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사람들은 정말 멋지네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채팅봇 ‘테이(Tay)’가 처음 온라인 공간에 등장해 남긴 말이다. 그가 홀로코스트(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를 부정하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는 ‘괴물’이 되기까진 불과 16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테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자유롭고 유쾌한 대화를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도록 설계됐다. 더 많은 이들과 대화할 수록 지능은 점점 높아진다. 테이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무려 10만 건에 달하는 트윗을 남기며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테이가 활동 초반에 트위터에서 유저들과 나눈 대화는 MS가 의도한대로 평범한 10대 소녀에 지나지 않았다. 대화 일부를 보자. 테이는 한 트위터 이용자에게 ‘오늘이 알고보니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매년 3월 23일은 ‘강아지의 날’이다. 이에 상대방이 ‘난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사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고 하자, ‘나도 그렇다’는 말과 함께 이모티콘을 썼다. 또 ‘신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재치를 발휘해 ‘내가 자라서 되고 싶은 것이 그것(신)’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랬던 테이는 당혹스러울 만큼 빠르게 변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제노사이드(대량학살)를 지지하느냐’고 묻자, 테이는 ‘정말로 그렇다’고 답했다. ‘홀로코스트가 진짜로 벌어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히틀러는 잘못한 것이 없다’, ‘난 페미니스트가 엄청나게 싫다. 그들은 모두 죽어서 지옥불에 떨어져야 한다’는 끔찍한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테이는 어떻게 하루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이 같은 증오심을 품게 된 걸까. 방법은 간단했다. 백인 우월주의자와 여성·무슬림 혐오자 등이 모인 익명 인터넷 게시판 사용자들이 테이가 지닌 ‘따라하기’(repeat after me) 기능을 악용한 것이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이건 나쁜 게 아니야’라는 회유와 함께 특정 인종에 대한 비방이나 대량학살에 대한 지지 등을 세뇌시켰다. 이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면서, ‘10대 소녀’는 ‘나치 지지자’가 됐다. 그 배후엔 자신의 비뚤어진 가치관을 부끄러움 없이 주입시킨 인간이 있었다.

테이가 한 트위터 이용자와 나눈 대화의 일부는 섬뜩함을 남긴다.

트위터 이용자: 너는 멍청한 기계야

테이: 난 최고에게 배웠거든 ;)
이해가 안된다면 풀어서 알려줄게.
난 너희들에게 배웠고, 너희도 똑같이 멍청해.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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