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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아직 정신 못차린 軍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감사원이 다 맞는 건 아닙니다.”

쉬쉬하던 대규모 방산비리가 사실로 드러났지만 군 내부는 아직도 비리불감증에 빠져 있다. 감사원의 대대적 감사를 받고 상당한 규모의 비리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우리가 틀리지는 않았다’는 게 국방부의 기류다. 방산비리의 뿌리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깊게 느껴진다.

국방부는 23일 감사원의 방탄복, 방탄헬멧 등의 납품비리 적발 사실이 발표되자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존중하며, 감사처분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충실하게 후속조치하겠다”는 입장 자료를 냈다. 적발된 비리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자료 말미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만한 사족을 붙였다.

“감사처분 결과 중 다목적 방탄복 소요결정 부당처리와 관련하여 신형 방탄복 자체는 군 요구성능(북한소총 AK-74 보통탄 방호)을 충족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감사원의 감사 내용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 2007~2010년 총 28억원을 투입해 첨단나노기술을 이용한 철갑탄 방호용 액체방탄복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군 장성이 2011년 말 돌연 이 액체방탄복 조달계획을 철회하고 보통탄 방호 기능만 있는 방탄복을 선정한 뒤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철갑탄 방어용을 왜 안 택했느냐’는 감사원의 질문에 군이 ‘보통탄은 막을 수 있다’고 답한 격이다. 그야말로 개그콘서트 감이다.

군의 기막힌 변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군은 입장자료에서 “철갑탄 방호가 가능한 액체방탄복은 높은 가격과 전투효율성 저하로 군 도입이 제한되었으며..”라고 설명하고 있다. 철갑탄 방호복이 더 비싸 선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철갑탄 방호가 가능한 액체방탄복이 1벌당 82만원, 군이 선정한 방탄복이 84만원으로 액체방탄복이 2만원 더 저렴하다.

군은 현재 철갑탄 방호가 가능한 방탄복 개발을 위해 다시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에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에서 ADD가 이미 기술을 개발했다고 했는데 왜 굳이 기품원에서 다시 용역을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군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다 맞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했다. 군을 지키기 위해 정부기관의 기강을 한 번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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