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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정적 한마디] “제발 설명이라도…(울먹)” 이재만, 정치현실을 말하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그의 목소리는 고열에 달궈진 논바닥 보다도 거칠었다.

“난동 안 피울 테니 설명이라도 좀 듣게 해주세요…”. 목소리 끝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졌다.

“온몸에 경련이…정말 분하다…”고도 했고, 굳게 닫힌 당사 문을 향해 “들어가게 해주세요”라고도 울부짖었다.

25일 4ㆍ13 총선 출마 권한을 강제로 박탈당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대구 동구을)의 모습은 사무치게 비참했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 [일러스트=박지영]

한 때는 ‘진박(진실한 친박)’ 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의기양양하게 웃었던 그다. 그러나 이제, 그도 피해자다.

필요에 따라 그 누구라도 거둬지고, 버려질 수 있는 정치판에서 그의 명패는 너무 가벼웠다.

‘유승민 역풍’에 그가 종이조각처럼 나부낄 때, 정종섭 전 행정안전부 장관(대구 동구갑)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군) 등 전 청와대 ‘핵심 멤버’들은 당초 원했던 지역구에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

두 진박에게 누가 뿌리내릴 ‘물’을 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권에서는 친박계와 비박계가 사실상 ‘공천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친박계와 청와대가 정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할 인물을 원내에 입성시키는 대신, 비박계 세 결집의 계기인 유승민, 이재오 의원의 ‘무혈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상황을 보는 유권자도 이 전 동구청장 못지않게 비참해졌다.

우리의 스스로의 수준을 반영한 정치의 바닥이 이토록 탁하다는 것을 보여준 이 전 동구청장의 결정적 한마디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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