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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엄한 죽음, 어려도 당연한 권리②] “우리 아들, 천국 가서 조금만 기다려요”
[헤럴드경제=신동윤ㆍ고도예 기자]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1년간 투병한 10세 남자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의 경우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이미 암세포가 퍼졌고, 방사선 치료에 나서도 6개월만 지나면 다시 상태가 악화될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이 소년에게 주어진 짧은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는 지점에서 마지막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의사는 기도에 관을 꽂은 채 중환자실에 입실해 연명치료를 받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소년의 선택은 ‘호스피스’ 치료였다.

[출처=ICPCN 홈페이지]

3일간 소년과 가족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과정이 진행됐다. 황애란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센터 가족상담사는 “가족이 그 소년에게 ‘너에게 받은 선물이 너무 많아. 우리가 갈때까지 고통없는 천국에서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했고 이에 소년도 ‘나는 천국에 가도 괜찮다’고 말하며 이별 의식이 거행됐다”며 “의식을 치른 30분 뒤 가족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례는 최근 본지 기자가 만난 황 상담사가 자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 아동 호스피스 환자로 꼽은 것이다.

황 상담사는 난치 또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동들의 가족들에게는 호스피스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에 대해 자연의 순리에 어긋남과 동시에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 호스피스 서비스 등을 통해 본인 스스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주변사람들이 도와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헤럴드경제DB]

호스피스가 인생 막바지에 이른 환자들이 보다 보람되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도 황 상담사의 생각이다.

그는 “3월초 세상을 떠난 한 청년은 시한부로 정해진 약 1년간 호스피스를 통해 평소에 해보고 싶던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공부도 하고, 암으로 투병하는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들을 위해 멘토링 활동도 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했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삶 동안 나름대로 의미있게 삶을 끌어안고 사랑하며 살다 갈 수 있었던 것 역시 호스피스 덕분이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환자와 보호자들이 아동 호스피스 이용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황 상담사의 전언이다.

그는 “많은 부모님들이 마지막 의식이 없는 상태까지 CPR을 계속하며 연명치료를 하길 바라는 경우도 많다”며 “아이가 고생하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부모가 (호스피스에 대한) 준비가 안돼있는 경우 이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아동의 아버지도 처음엔 심폐소생술(CPR)까진 하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한쪽 눈을 겨우 뜨는 모습을 보고 포기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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