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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드윅 vs 뽀드윅’…당신은 어느쪽?
조승우의‘조드윅’은 맛깔난 애드리브 vs 조정석의‘뽀드윅’은 하이 코미디…록 뮤지컬‘헤드윅’二色 느낌


“어중간한 록 음악 같은 건 별로여서….”

록뮤지컬 ‘헤드윅(Hedwig)’은 관객의 ‘취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중간한 록 음악 같은 건 별로인’ 관객에게 “당신이 좋아하거나 말거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결국엔 극장에 발 들인 모든 관객들을 사로 잡아버린다.

2시간 넘는 공연 내내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 휘파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본 공연 이후 앙코르 공연에선 관객들의 ‘기립 떼창’이 이어진다. 인터미션도 없다. 숨 쉴 틈 없이 관객들의 아드레날린 수치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려 놓고선 ‘원나잇온리한정판’ 공연이라며 매정하게 막을 내린다.

‘헤드윅’은 주인공 헤드윅의 모노드라마다. 록밴드 ‘앵그리인치(Angry Inch)’의 리더인 헤드윅이 무대 위에서 콘서트를 열고 관객들 앞에서 자신의 인생 역정을 노래와 함께 풀어 놓는다. 배우는 밴드를 제외하고 단 두 명. 헤드윅과 이츠학이다. 오케스트라 피트 대신 5인조 록밴드가 무대 위에서 음악을 맡는다. 뮤지컬 넘버 12곡 모두 록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2016년 뮤지컬 ‘헤드윅’이 돌아왔다. 2005년 4월 12일 국내 초연 이후 이번이 열번째 시즌 무대다. ‘헤드윅’은 2005년 시즌 1, 2 당시 140회 이상 공연을 본 관객이 있었을 정도로 보고 또 보는 열혈 ‘회전문 관객’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변요한, 정문석이 헤드윅으로 분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역대급’ 라인업이라는 평가다. 그 중에서도 ‘조드윅’ 조승우와 ‘뽀드윅(피부가 뽀얗다 해서)’ 조정석 출연 회차분에 대한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뜨겁다.

확연하게 색깔이 구별되는 두 배우,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공연을 만들어낸다. 도대체 어떤 헤드윅을 봐야할지 고민스러워진다. 어쩔 수 없다. 다 보는 수 밖에. 

‘조드윅’ 조승우(左) ‘뽀드윅’ 조정석(右)

▶헤드윅은 누구인가=헤드윅은 그도, 그녀도 아닌 존재다. 1961년 동베를린. 유약한 소년 한셀이 있었다.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고, 청년이 되어서는 갈라진 베를린 장벽 너머 자유를 꿈꿨다. 유일한 즐거움은 데이비드 보위, 루 리드, 이기팝 등 록음악을 듣는 것.

그러던 그에게 미군 병사 루터가 다가온다. 한셀이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결혼을 제의하고 미국으로 데려가 줄 것을 약속한다. 한셀은 헤드윅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성전환 수술을 감행한다. 그러나 싸구려 수술의 실패로 인해 그의 것도, 그녀도 것도 아닌 1인치 살덩이를 갖게 된다.

루터에게 버림받은 헤드윅은 록밴드 ‘앵그리인치’를 만들어 변두리 바를 전전한다. 그러던 중 16세 소년 토미를 만난다. 그에게 록음악을 가르치며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1인치’ 살덩이 때문에 버림받는다.

상처투성이 헤드윅은 다시 ‘드랙퀸(여장 남자)’ 이츠학을 만나게 되고, 이츠학은 헤드윅의 남편이자 앵그리인치의 백보컬로 헤드윅과 함께 무대에 선다.

뮤지컬 ‘헤드윅’은 불완전체의 존재를 통해 ‘완전체’에 대해 묻는다. 마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폐차처럼, 남자도 여자도 아닌 채 경계인의 삶을 사는, 버림받고 상처받은 한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관습의 억압과 구속에 저항하는 내용이다. 그 형식 또한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스테레오타입에 저항한다. 저항의 에너지는 ‘록앤롤’에서 나온다. 억압과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와 화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건 ‘록 스피릿’이다.

▶조드윅 vs 뽀드윅=그동안 수많은 배우들이 헤드윅을 거쳤다. 조승우,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 송창의, 엄기준, 이석준, 김수용, 조정석, 이주광, 윤도현, 윤희석, 최재웅, 강태을, 김동완, 김재욱, 박건형, 손승원, 그리고 정문성, 변요한까지, 10개 시즌동안 총 20명의 헤드윅이 탄생했다.

그 중에서도 ‘조드윅(2005, 2006, 2013, 2014, 2016)’과 ‘뽀드윅(2006, 2008, 2011, 2016)’은 다수의 고정팬을 거느리고 있다.

뮤지컬 ‘헤드윅’은 헤드윅 역할을 맡는 배우에 따라 극 중 대사도 상황 설정도 공연 시간도 완전히 달라진다. 메인 넘버 이외에 부르는 서브 곡들도 다 다르다.

조드윅의 애드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관객들을 향해 “눈 피하지마. 다 보고 있다”든지, 관객들이 호응이 적을 땐 “(밴드 멤버들을 향해) 야, 너네 이제 2층만 봐”라는 멘트로 관객들과 ‘밀당’한다. “오늘 타이밍 안 맞아. 빨리 빨리 (영상을) 틀어줘야 할 거 아냐”라는 애드립으로, 스태프의 실수까지도 자연스럽게 공연 안에 밀어넣는다. “숨차 죽을 것 같다”며 무대 위에 드러누울 땐 객석에서 아예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터져 나온다. 보통 공연시간이 2시간 안팎인데, 조드윅은 앙코르까지 3시간 가까이 끌고 가기로 유명하다. 지난 시즌 마지막 공연 때 무려 3시간 40분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뽀드윅은 ‘하이 코미디’로 객석을 들었다 놓는다. “자기야, 적극적인 건 좋은데 공격적인 건 곤란해”, “자기 성대가 정말 성대하다”, “웃기지도 못하고 자빠졌네, 웃기고 자빠져야 하는데” 등 랩을 하듯 라임이 척척 맞는 대사를 쏟아낸다. “나는 구글맵이 좋더라, 구글 번역기도 좋고”라며 최근 여행 버라이어티에서 보여준 캐릭터를 녹여내기도 한다.

두 헤드윅 모두 ‘팬서비스’가 확실하다. 관객 무릎 위로 드러눕거나, 아예 의자 위에 올라가 관객을 희롱한다. 앙코르 무대가 끝나면 입고 있던 티셔츠를 객석으로 던진다.

결국 보고 또 보고야 마는 관객들. “언니, 내일도 부탁해요”라고 말한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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