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딸에 심한 망상증…남편에 대한 증오 겹치며 학대·방임 일삼아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모 한모(36)씨가 ‘편집증’ 증세로 인해 딸 안모(사망 당시 4세)양을 수차례 학대하고 사망에 이르도록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곽재표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 수사과장은 24일 열린 브리핑을 통해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한씨의 메모장을 살펴볼 때 한씨는 평소 딸 안양에 대한 망상과 증오 등의 편집증 증상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기관에 맡겨졌다 가정으로 안양이 돌아온 뒤 증오가 커졌고, 여기에 남편 안모(38)씨에 대한 증오까지 더해지며 안양에 대한 학대와 방임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양이 사망한 이후 한씨의 편집증 증상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증오의 대상인 안양이 사라지고 나니 자연스럽게 한씨의 편집증도 고쳐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견된 한씨의 메모장에 안양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으로 경찰은 밝혔다. 곽 과장은 “한씨가 (장기결석아동) 전수 조사 당시 받은 압박으로 인해 안양과 관련된 기록을 다 찢어 없앤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은 한씨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와 함께 아동복지법상 학대 혐의도 함께 적용해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
다만 한씨가 이미 자살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계부 안씨에 대해서는 사체 유기 및 폭행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송치에 앞서 경찰은 안씨의 사체 유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사망한 뒤 암매장된 안양의 시신을 수습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은 오는 25일 3차 현장 수색을 실시한다. 곽 과장은 “안양의 시신을 본인이 묻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암매장 장소로 밝힌 충북 진천의 야산에 대한 진술에 대해 본인 스스로도 헷갈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씨 스스로가 암매장한 것으로 기어되는 장소에 나가 지형지물을 보고 찾고 싶어하는 만큼 24일 오후 답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3일 실시한 5차 조사에서 안씨가 한 진술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며 “한씨의 메모장을 보고난 뒤 안씨가 많이 포기한 것이 느껴진다”고 현재 수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안씨의 진술을 토대로 충북 진천의 한 야산에서 총 16곳을 수색했지만 안양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그의 진술이 ‘거짓 반응’이란 사실을 알아챘고, 프로파일러들은 그가 거짓말에 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편, 경찰은 오는 26일 안양을 죽이는 데 사용된 도구 등을 구매한 철물점 등에서 안씨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며, 28일 오후 검찰 송치에 앞서 오전 10시께 그동안의 수사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청주=신동윤ㆍ김지헌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