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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견된 테러’ 못막은 벨기에… ‘상시 테러 능력’ 입증한 IS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2일 브뤼셀 테러는 ‘파리 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이 체포된 지 불과 나흘만에 이뤄졌다. 벨기에는 압데슬람으로부터 추가 테러 모의에 대한 진술을 받아 테러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IS는 원한다면 언제든지 유럽 내 주요지역에서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벨기에 당국은 얼마전부터 테러의 조짐을 미미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18일 브뤼셀에서 체포한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슬람이 “브뤼셀에서 뭔가를 새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실행될 수도 있었다”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파리 테러범 검거에 적극 참여해 온 데다, 파리 테러 가담자 중에 벨기에 출신이 많아 테러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벨기에 당국은 테러 조직원이 검거되지 않은 채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 브뤼셀 테러의 용의자인 모하메드 아브리니와 나짐 라크라위가 대표적이다. 파리 테러에서 이들은 각각 수송책과 폭탄제조의 임무를 맡았고, 이 때문에 벨기에 당국은 이들을 공개수배하기도 했다.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외무장관은 테러범 조직망의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며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은 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예상된 테러였음에도 벨기에가 테러를 막는 데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대테러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구 1100만 명인 벨기에의 정보기관 인력은 600명 가량으로, 인구 1700만 명 가량에 이슬람 극단주의 가담자도 벨기에보다 적은 이웃 네덜란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유럽 국가 가운데 전화 도청 등 정보 수집에 필요한 최신 기술을 가장 늦게 도입해 대테러 기술도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복잡한 행정조직 때문에 효율적인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프랑스의 대테러 전문가인 길레 케펠는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에 “유럽은 서방의 취약지역인데, 특히 벨기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허점을 가진 곳이라는 게 지하디스트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테러가 압데슬람 체포 후 나흘만에 이뤄져 예상보다 빨랐던 것도 테러를 못막은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대규모 테러의 준비기간으로는 굉장히 짧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이라크 정보당국 관계자는 AP 통신에 “IS가 공항과 기차역을 타깃으로 한 유럽 내 공격을 두 달 동안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원래 공격 목표는 브뤼셀이 아니었으며 “압데슬람의 체포 때문에 브뤼셀로 작전지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간에 걸쳐 테러를 준비해오고는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작전 지역을 옮겨서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압데슬람의 체포는 (IS의) 다른 조직이 준비해왔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계기가 됐다”며 “유럽은 이제 IS가 상시적으로 가공할 공격을 할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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