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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안티SNS' 마인드로 주목받는 차세대 SNS 기업가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한지연ㆍ김세리 인턴기자]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작된 21세기 ICT 혁명에서 SNS는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전세계의 수많은 사용자들을 묶는 ‘고객 기반’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모바일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들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도 한다. 그렇다 보니 SNS 산업의 초기 개척자들은 불과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엄청난 거부들이 됐다. 서른을 겨우 넘긴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불과 5년만에 자산 446억달러의 세계 6위 부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모든 상황을 대변해준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생겨나고, 대항과 심화과 이뤄진다. 일반적인 성향의 SNS 시장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고착화 되면서 다른 움직임도 나타난다. ‘SNS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젊은 이용객들이 새로운 흐름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의미없는 보여주기식 관계의 SNS 대신 익명이나 다른 형태의 접근으로 누군가와 소통하는 구조의 새로운 SNS들이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당연히 그런 서비스를 생각한 새로운 사업가들에게는 관심이 모이고, 자본이 몰려든다.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SNS로 떠오르고 있는 사업가들을 정리해봤다.

1. 익명으로 사적인 이야기 공유하는 ‘위스퍼‘(Whisper)

위스퍼 앱

위스퍼는 ‘세상에서 가장 사적인 공간’을 골자로 둔다. 어느 누구든지 익명으로, 사적인 이야기를 올릴 수 있다. 사진 업로드에 제한이 없고, 올리고 싶은 글들을 사진배경 위에 덧붙일 수 있다. 철저히 익명이 보장되기 때문에 가십거리나 학교,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연예인 뒷이야기, 술, 꿈과 연애 등 시시콜콜한 주제가 주를 이룬다. ‘자기만 아는 이야기’는 높은 공감수를 올리지 못하므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높은 공감수를 받은 글들은 공유하기를 통해 퍼져나간다.

그래서인지 위스퍼 사용자의 90%는 18세에서 24세의 학생들이다. 같은 조직에서 하루의 가장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들이야말로 공감하고 퍼뜨려야 할 이야기들이 많은 법이다.

2012년 출시 당시 2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2년만에 2억달러가 넘어가는 쾌거를 이뤄냈다. 현재 한달 게시글 수는 자그마치 35억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용자만 2000만명에 달한다. 이용자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30분 이상 앱 사용에 시간을 소비하고, 이중 45%가 실제로 게시글을 단다고 밝혔다.

마이클 헤이워드

위스퍼의 창업자 마이클 헤이워드(Michael Heywardᆞ28)는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사소한 대화들과 감정의 공유 덕분”이라고 말한다. 익명의 소문과 감정의 교류가 갖는 힘을 그 누구보다도 확신한다는 것이다. 여동생이 페이스북에 떠도는 같은 반 친구의 소문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하는 그. 위스퍼의 강점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가 가공처리 없이 전달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익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거짓정보가 쉽게 유출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2. 아바타의 SNS ‘아노모’(Anomo)

아노모 앱 화면

아노모 역시 익명 SNS다. 실명이 아닌 아바타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정하면 이용자가 설정한 아바타의 정보를 참고해 최적의 친구를 추천해준다. 계속해서 아바타 뒤에 숨어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신뢰가 쌓여 자신을 드러내고 싶으면 상대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자신이 공개하고 싶은 만큼만 드러내고도 취향이 맞는 타인과 소통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제임스 선(왼쪽)과 벤자민 리우

아노모는 안티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를 예감한 한 청년으로부터 2012년 미국 워싱턴주의 벨뷰(Bellevue)에서 탄생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벤자민 리우(Benjamin Liu)와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선(James Sun)이 공동 창업했는데, 제임스 선은 트럼프의 어프렌티스쇼(The apprentice)에 참가해 80만명의 견습생들 중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았을 만큼 그 경영 수완이 남다르다. 그는 이미 소셜 네트워크에서 안티 소셜 네트워크로의 전환이 시작됐으며, 이것이 아노모의 창업 이유라 말했다. 실제로 약 3년만에 137만 달러(한화 약 15억 8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노모를 이용하고 있다.

3. 당신의 밤을 온전히 가져라! 술 취한 자들을 위한 SNS, ‘리버’(Livr)

리버 홈페이지

사람들은 가끔 술 때문에 제정신이라면 하지 않았을 말들을 개인 메신저에 올린다. 직장인에게도 술자리는 사회생활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에서 고역이 되곤 한다. 그렇기에 남들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술 취한 자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모바일 소셜네트워크 ‘리버(Livr)’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리버에 접속하기 위해선 딱 하나 조건이 필요하다. 술에 취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탈부착이 가능한 음주측정기를 휴대폰에 꽂고 ‘음주측정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접속 가능한 혈중 알코올 수치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알코올이면 충분하다고 앱 개발자는 말한다.


일단 리버의 세계에 입문한다면 새로운 차원의 소셜 네트워킹이 시작된다. 서로가 아는 지인이든 아니든 취한 사람들끼리 농담과 웃긴 사진들을 공유하고, ‘Truth or dare’, ‘Drunk dial’, ‘Hot spots’ 등 리버에 들어있는 총5가지의 게임을 통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사용자의 수와 위치가 GPS에 원모양으로도 표시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총 알코올 수치가 높을수록 원의 색깔도 점점 붉어진다. 리버의 하이라이트는 ‘블랙아웃 버튼(Blackout button)’에 있다. 밤사이 술을 마시며 앱에서 일어난 모든 활동기록들을 지울 수 있는 기능이다.

리버는 대학동료인 카일리 에디슨(Kyle Addson)과 에이브리 플라츠(Avery Platz)가 한잔의 빈 맥주잔 바닥을 바라보다가 만들어졌다. 2014년 봄에 출시돼 정확한 수치의 성과나 기업가치가 공시되진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생활 유출에 지칠 대로 지친 만큼 온라인시장의 틈새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4. 배고파도 YO! 보고싶어도 YO! 요(YO)

 
너무나 단순한 기능하나로 2014년 4월 창업 이후 4개월만에 텐센트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150만 달러를 유치한 소셜 네트워크도 있다. 소셜 네트워크라 부르기도 민망한 요(yo)는 다른 어떤 말도, 이모티콘을 사용할 기능이 없다. 그저 “Yo”라는 영어의 속어, 우리 말로는 “야”,“어이”라는 푸쉬 알람을 보내는 것이 전부다.

(왼쪽부터) 오르 아르벨 / 필 하우스 / 모쉬 호게그

창업 계기 또한 단순했다. 모쉬 호게그(Moshe Hogeg)와 오르 아르벨(Or Arbel), 필 하우스(Phil Haus) 세 명이 공동 창업했는데, 친구들에게 메신저를 보내기 귀찮아했던 호게그가 YO라는 푸쉬 알람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엔지니어인 아르벨이 고작 8시간만에 만들어냈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처음엔 애플로부터 어플리케이션 등록을 거부당하기도 했지만, 막상 등록 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메신저가 오면 내용을 꼭 확인하고 답장을 해야 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YO라는 단순한 기능에 열광한 것이다. YO에선 보고 싶다는 말도, 배고프다는 말도 모두 YO, 단 한마디로 통일된다. 골치아플 일 없는 직관적 메시지는 상대방과 연락을 하면서도 길게 대화를 이어갈 필요를 없게 해 SNS 감옥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 해줬다. 어플리케이션 등록 100일 만에 다운로드 횟수가 200만회를 넘었고 실 사용자는 5 만명에 이른다. 그 인기에 걸맞게 현재 요의 기업가치평가는 무려 1000만 달러에 달한다.

5. 20일동안 타인의 삶을 사는 시간, ‘트웬티 데이 스트레인저‘(20 day stranger)

트웬티 데이 스트레인저 홈페이지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지만 동시에 무한정으로 표현하고도 싶은 것이 요즘 현대인들이다. 이런 인간의 이중적인 심리를 만족시키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20 day stranger’다.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 ‘이방인으로서의 20일’이다. 


이용자들은 이름 그대로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람과 파트너가 돼 20일동안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이름, 나이 등 개인정보는 절대적으로 가려진 채다. 구글 맵이나 포스퀘어 같은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상대방에게 전송한다. 만약 당신이 맨하탄의 브로드웨이에서 택시를 탔다면 그 파트너에게 구글 스트릿뷰가 동영상으로 길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사진과 동영상의 위치는 익명으로 가려진다.

이 모바일 SNS는 미국 MIT대학의 미디어 연구팀 플레이풀 시스템과 달라이 라마 센터가 개발한 프로젝트다. 여기서 진행된 실험과 연구는 게임, 시각화, 주식시장, 내러티브 등 사회 및 경제의 각계각층에 투입된다.

소셜 메신저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20일 동안 직접적인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프로젝트가 끝나기 직전, 서로에게 단 한번 메시지를 보낼 기회가 주어진다. 서로의 일상을 보며 하고 싶었던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때 개인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들의 자유다.

6.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스냅챗’(Snapchat)

에반 스피겔(왼쪽)과 바비 머피

스냅챗은 글이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단순한 이미지 소통으로 인기를 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2011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스탠퍼드대 학생이던 에반 스피겔(Evan Spiegel)과 바비 머피(Bobby Murphy)가 만들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하는 사람이 수신자의 확인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사진을 보내며 10초 제한을 설정하면, 수신자가 메시지를 확인 한 시간으로부터 10초 후 사진이 자동으로 삭제된다. 자기 파괴 앱(self destructing app) 기술이 사용됐다. 


하루에 보내지는 비디오와 사진이 60억 개에 달할 정도로 미국의 10대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2013년엔 페이스북으로부터 30억 달러에 인수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스피겔이 이를 거절했다. 현재 스냅챗의 기업 가치는 10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에 달한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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