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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남아도는 별장 공유” …억만장자들의 에어비앤비 ‘써드홈’
 [헤럴드 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 우버와 함께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로 자리잡은 에어비앤비(Airbnb). 합리적인 비용에 다른 사람이 소유한 집을 여행지의 숙소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천편일률적인 호텔에 지친 사람들이나 현지 밀착형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다. 덕분에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하얏트를 웃돌 정도가 됐다.

그러나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공유경제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부호들을 위한 에어비엔비 서비스인 ‘써드 홈(3rd home)’이 큰주목을 받고 있다. 써드 홈 역시 ‘집을 공유한다’는 큰 틀은 에어비앤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아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다. 조건이 있다. 일정 가격 이상 되는 집을 두 채 이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세계적인 휴양지에 별장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들만 회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써드 홈' 홈페이지 메인 화면

▶ 돈 대신 등급제 ‘키(Key)’ 이용=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써드 홈에 가입하기 위해선 가격이 최소 50만달러가 넘는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해야 한다. 물론 아무 장소에 있는 집이어서는 안된다. 코스타리카의 산타 크루즈, 플로리다의 몬트 베르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의 세계적인 관광 지역에 위치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시애틀의 해안가 저택처럼 휴가 온 느낌을 낼 수 있는 지역의 집이어야 한다. 집 안 혹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이용할 수 있는 풀(pool)이 있어야 하고, 골프장이나 쇼핑 시설과도 일정 이하의 거리를 지켜야 한다.

이런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회원이 될 수 있다. 가입비가 있다. 2500달러다. 부자들에게는 아주 부담스러운 돈은 아니다. 이렇게 회원에 가입하면, 본인이 보유한 집의 가격과 수, 1년 중 얼마나 임대가 가능한지 등에 따라 일종의 사이버 머니 같은 ‘키’가 주어진다. 예컨데 소유한 집 가격이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라면 키 1개, 200만달러부터 300만달러 선까지는 키 3개, 400만달러가 넘는 저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키 5개가 부여되는 식이다.

회원들은 이 키를 가지고 다른 회원의 집에 숙박할 수 있다. 이용하고픈 다른 회원의 저택에 붙은 ‘키’등급에 따라 자신이 가진 키를 사용해 숙박을 하는 것이다. 물론 키를 사용하고 싶지 않으면 현금을 낼 수도 있다. 대신 이과정에서 거래비용 명목으로 최소 395달러에서 995달러를 내게 된다. 숙박기간이 길어질수록 내야 하는 키의 개수도 당연히 많아진다. 이부분이 바로 써드 홈의 운영비와 수익으로 들어간다. 

비엔나의 '오페라 아파트먼트'

그렇다면 어느정도의 집을 가지고 있어야 키를 얻을 수 있을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집들을 보면 감이 잡힌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오페라 아파트먼트’의 경우 키 3~9개 정도의 평가를 받는다. 비엔나의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해 만든 집으로 그 유명한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의 바로 옆에 위치한 집이다. 높은 천장과 석고형 골동품, 넓은 거실 등이 오랜 역사가 스며있는 나무와 함께 꾸며져 깊은 풍미를 뿜어낸다.

베트남 꼰다오섬의 리조트

베트남 꼰다오섬에 위치한 리조트의 경우 키 4~12개를 얻을 수 있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개인 수영장과 야외실 등이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뉴욕 외곽의 휴향지인 햄프턴의 모래언덕 위에 세워진 이스트 쿼그 저택은 키 5~15개 정도의 평가를 받는다. 천장과 지붕갑판은 태양에너지를 모으도록 설계됐으며 360도 어느 각도에서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2013년 올해의 건축상 후보에 지명되었던 집이기도 하다. 

뉴욕 햄프턴의 이스트 쿼그 저택
 
▶불황 속에서 캐낸 ‘보석’ 아이디어 = 서비스는 출범한지 5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5300개가 넘는 부호들의 세컨드, 써드 저택이 서비스에 등록되어 있다. 역으로 말하면 그정도 되는 거부들이 회원에 가입해 있다는 이야기다. 등록되어 있는 주택들의 가격 합계만 100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2조원이 훌쩍 넘는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등록된 주택들의 평균 가격은 240만달러(28억원) 정도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화가 이뤄진 후 사업은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한 해 써드홈은 60%의 성장율을 기록했다. 

웨이드 쉴리(출처 : 웨이드 쉴리 트위터)

써드 홈을 창업한 것은 미국의 사업가 웨이드 쉴리다. 그는 2010년, 당시 28살의 나이에 전세계 부호들을 대상으로 집을 공유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은 후 부자들이 전처럼 집을 많이 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동산 자산의 불안전성이 확인된만큼 집을 사기 보다는 그 돈을 세계여행을 다니며 사치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 와중에 그의 눈에 들어온 곳이 여행지마다 있는 부자들의 저택이었다. 평소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별장들을 보면서 이를 사업화하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의외로 빠르게 회원들이 늘었다. 놀고 있는 부동산을 통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부자들에게 적지 않게 어필했다. 부자들의 별장은 대부분 관리가 잘되기 때문에 이용자들도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뉴멕시코의 카사 보니타(키 2~6개)

코스타리카의 코스타 리카 비치 빌라(키2~6개)

 
코스타리카의 패닌슐라 파파가요(키5~15개)

▶부자들의 여러 욕망을 동시에 자극 = 써드홈의 매력은 그 외에도 많다. 부자들이 애용하는 초고급 리조트들보다 저렴한(?) 가격도 경쟁력의 일부분이다. 써드 홈을 통해 몇달을 여행하면서 여행경비를 최고 200만달러까지 절약 했다는 후기도 보인다. 다른 사람들도 묵을 수 있는 최고급 호텔에 수천만원을 쓰느니, 누군가의 특별한 저택에 수백만원을 쓰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다. 

다른 부자의 취향이 담긴 내부 인테리어나 가구등을 볼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라고 한다. 다른 부자의 집에 있는 쇼파나 고급욕조, 수영장 설비, 식탁 등의 명품을 대리 체험해 볼 수 있어서다. 부자들의 투자처로 매력이 높은 지역에서 숙박하면서 부동산 시세를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 집을 통째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아이가 많은 집은 호텔이나 리조트보다 이용하기 더 맘이 편하다는 평이다. 
 
프랑스의 샤또 드 라랑드(키4~12개)


필리핀의 노아노아 섬 레지던스(키5~15개)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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