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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킬라’ 하나로…자산 34억弗 일군 중남미 ‘쿠에르보家’
소도시 테킬라 이름 딴 테킬라酒
쿠에르보家 무려 221년째 가업승계
관광객 몰려 부자도시로 거듭나기도



호세 쿠에르보(Jose Cuervo). 술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나 젊은 애주가들이라면 반드시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킬라(Tequila) 브랜드다. 테킬라는 40도 정도의 독주지만, 숙취가 없는 증류주로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술이 약한 이들이 즐기는 마르가리타(Margarita)와 같은 달콤한 칵테일도 테킬라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 화끈하면서도 짜릿한 맛과 다양한 마시는 법이 애주가들의 마음을 파고 들면서 테킬라는 멕시코의 작은 지방도시의 민속주에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술로 거듭났다. 


세계 테킬라 시장을 ‘완전 장악’하고 있는 호세 쿠에르보의 뒤에는 쿠에르보 가문이 자리잡고 있다. 1795년 창업자 돈 호세 안토니오데 쿠에르보(Don Jose Antonio de Cuervo)가 시작한 쿠에르보 가문의 테킬라 사업은 2016년인 지금까지 221년 째이어지며 가문에 부와 명예를 안겨준 ‘위대한 가업’이 됐다. 당연히 후손들은 억만장자가 됐고, 라틴 아메리카의 손꼽히는 부자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호세 쿠에르보가 책임지고 있는 이들은 후안 베크만 비달(Juan Beckmann Vidal)과 도밍고 베크만(Domingo Beckmann)이다. 베크만의 자산은 24억 달러(한화 약 2조 9000억원)이고 도밍고의 자산은 10억달러(한화 약 1조 2000억원)로 평가된다.

호세 쿠에르보의 역사는 테킬라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전인 1758년에 쿠에르보가 스페인 왕 퍼니낸드 5세(King Ferdinand V)로부터 멕시코 할리스코 주의 테킬라 시 근처 땅을 하사받았다. 푸른 용설란(blue agave)이 가득한 그 곳에 쿠에르보 가문의 테킬라 농장 ‘타버나 쿠에르보’(Taberna de Cuervo)가 세워졌다. 1795년엔 멕시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테킬라 생산을 허가받았고 이 때부터 본격적인 테킬라 산업이 시작됐다.

호세 쿠에르보는 1880년부터 테킬라를 상품 유통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의 민속주로만 여겨져 통(barrel)에 담겨 유통되던 테킬라를 처음으로 병에 담아 팔았다. 쿠에르보는 테킬라를 상업적으로 유통시킨 일등 공신이다. 그 덕에 쿠에르보 테킬라는 이미 1940년부터 독보적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 기업인 사우사(Sauza)의 수출량보다 3배가 많다. 현재 미국 테킬라 시장의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70만 리터 이상의 테킬라를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

1960년대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영국 록큰롤 밴드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가 멕시코 공연 후 맛보았던 호세 쿠에르보 테킬라에 빠져, 투어 공연 때 마다 쿠에르보 테킬라를 가지고 다니며 마시는 것이 유명해져 더 큰 대중적 인기를 얻기도 했다. 실제로 그 후 롤링 스톤스 테킬라가 쿠에르보의 테킬라 상품으로 만들어졌다. 

후안 베크만 비달(왼쪽), 도밍고 베크만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들의 아들을 거쳐 테킬라의 대중적 인기에 기여한 쿠에르보 가문은 이젠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업계 1위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보급형 이미지를 뛰어넘기 위한 고급화 전략이다. 저렴하고 대중적인 믹스토(mixto : 51% 이상의 용설란 주스와 다른 당의 혼합액)가 아닌 100퍼센트 푸른 용설란 수액의 고급 테킬라를 생산하는 그란 센테나리오(Gran Centenario)라는 제조사를 자회사로 보유한 것도 같은 이유다.

쿠에르보 가문의 고급화 전략은 테킬라 그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테킬라의 명칭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지만, 생산지인 테킬라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설도 있다. 하지만 도시는 술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쿠에르보 가문은 테킬라 시를 멕시코 버전의 나파 밸리(Napa Velly)로 만드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나파 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 와인 생산지로 와이너리 투어 등으로 관광 도시화 돼있다.

그들은 테킬라 역사 박물관과 오성급 호텔, 그리고 고급 스파를 세울 계획이다. 작은 소도시를 호화 리조트 지역으로 탈바꿈시켜 호세 쿠에르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격상시킨다는 목표다. 이미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기에, 이제는 고급화 전략이 그들이 200년 넘게 지켜온 입지를 견고히 할 것이라 본 것이다.

계획은 착실히 진행되어 오고 있다. 지난 해 쿠에르보 가문은 93개의 객실을 가진 오성급 호텔 ‘솔라 데 라스 아니마스’(Solar de las Animas)를 열었다. 아니마스 호텔은 고소득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고급 리조트로 17세기 멕시코를 장악했던 크리올(Creole : 스페인 계 후손)의 집 모습을 따왔다. 그들은 2018년까지 두 개의 고급 호텔을 더 완공할 계획이다. 테킬라 테이스팅 급행 열차도 증편할 생각이다.

그들의 노력은 실제로 빛을 발하고 있다. 테킬라에 위치한 쿠에르보 가문 증류사에는 관광객이 2003년에 1만 8000여명이 찾았는데 2014년엔 13만 명으로 늘었다. 증류사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자연히 테킬라 시 관광객도 늘어 2015년에 23만 명의 관광객이 테킬라 시를 찾았다. 쿠에르보 가문은 2020년까지 관광객을 15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소도시 테킬라의 이름을 딴 술 테킬라는 호세 쿠에르보 가문을 억만장자로 만들어줬다. 이젠 호세 쿠에르보 가문이 테킬라 시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들의 바람대로 쿠에르보 테킬라가 고급스런 이미지로 사랑받고, 더 나아가 테킬라 시는 호화 관광 도시로 이름을 떨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민상식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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