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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 마더 테레사, ‘빈자의 성녀’인가 ‘자선 사업가’인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빈자의 성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테레사 수녀가 오는 9월 성인의 반열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그의 업적이 과장됐다는 비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교적 최근 있었던 비판은 힌두 민족주의 단체 민족봉사단(RSS)의 대표인 모한 바그와트가 지난해 2월 한 발언이다. 그는 당시 “테레사 수녀의 봉사는 자신이 돌본 이들이 기독교도가 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봉사를 내세워 개종이 이뤄진다면 그러한 봉사는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테레사 수녀는 1929년 인도에 들어와 1950년 콜카타에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했으며, 199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빈민구호활동에 힘썼는데, 이러한 활동의 숨겨진 목적이 ‘기독교 전파’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즉각 역풍을 맞았다. 당시 테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단 대변인 수니타 쿠마르는 “테레사 수녀의 유일한 동기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었다며 “나는 시크교도지만 테레사 수녀와 함께 지내는 동안 어떤 개종 시도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또 델리 주의 아르빈드 케지리왈 총리는 “테레사 수녀는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라며 “제발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비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테레사 수녀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있었다. 그가 세계의 악인(惡人)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선을 내세워 수많은 자금을 모았고,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회계도 불투명하게 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국내에도 <자비를 팔다>라는 책으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대표적인 비판 인사다. 그는 테레사 수녀가 아이티의 독재자 장-클로드 뒤발리에를 칭송하며 그로부터 훈장과 상금을 받았고, 미국 역사상 최대 사기 사건 중 하나인 저축대부조합 스캔들을 일으킨 찰스 키팅에게서도 1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받은 뒤 그에게 선처를 베풀어 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는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팔았던 중세 교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히친스만이 아니다. 의학전문지 ‘랜싯’의 편집장 로빈 폭스 박사는 1994년 마더 테레사가 자선 사업을 펼쳤던 콜카타의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집’을 방문한 뒤 ‘나치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열악함을 고발했다. 그곳에는 말기 환자들 오륙십명이 한 방에 갇혀 진통제도 제대로 처방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었다. 한번 사용한 주삿바늘을 물에 대출 씻어 재사용하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엄청나게 많은 기부금이 쏟아져 들어왔음에도 ‘가난한 이들의 영적 복지’가 중요하다는 명분하에 금욕을 강조해 빈자의 실생활 개선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물론 불투명한 회계 처리 때문에 그 많은 기부금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알 수 없다. 몇해 전 캐나다에서는 “환자를 치료하는 미심쩍은 행보, 의심할만한 정치적 접촉, 거대한 자금에 대한 의심스러운 관리, 낙태ㆍ피임ㆍ이혼 등에 대한 독단적인 견해” 등이 테레사 수녀의 잘못으로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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