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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실의 美 대선 ①] 막말ㆍ증오 부추기는 ‘역대 최악의 대선’…상실감에 빠진 미국사회
[헤럴드경제=한석희ㆍ이수민 기자] #“도널드 숨을 쉬어요. 숨을. 숨을…당신은 할 수 있어요. 숨을 쉴 수 있어요. 어렵다는 걸 알아요. 어렵다는 걸 알아요.”(도널드 트럼프를 향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재담)

#“걱정 말아요. 꼬마 마르코” “알겠어요. 큰 도널드 말을 들어 보겠어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트럼프의 말싸움)

동네 저잣거리에서 코흘리개 아이들의 말싸움도 이런 말싸움이 없다. “삐~” “삐~”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욕설이 난무하는 통에 방송 대부분이 ‘삐소리’로 무음처리되고, 육탄전이 벌어지는 막장 TV 쇼와 흡사하다. 하기야 미국의 대표적인 막장 쇼로 불리는 ‘제리 스프링거 쇼’의 진행자 스프링거도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막장으로 흘렀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3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폭스뉴스 주최로 열린 공화당 TV 토론회 얘기다. 당시 TV토론회를 지켜보던 스프링거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스크린 밑에 ‘이것은 중학교 반장 선거를 위한 토론도 아니다’라는 자막을 깔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들(공화당 대선후보들)은 우리 쇼에 출연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너무 깊이 들어가서 그들이 말하는 몇몇 단어는 우리 쇼에서 조차 빼야 할 정도다”고 하기도 했다. 자신의 막장 TV쇼 보다도 더 막장이라는 것이다.

미꾸라지(트럼프) 한 마리에 미 대선이 막말의, 실망의 대선이 되고 있다. 고성에 막말에 욕설도 모자라, 증오를 부추기는 대선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같이 TV를 시청하던 부모들은 채널을 돌리거나, 아이를 제 방으로 돌려 보내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엄마 아빠와 헤어져야 하는 거야”라고 묻는 아이의 말에 말문이 막히기도 한다. 상실의 시간이다.

실제 많은 미국인들이 막장으로 흘러가는 대선에 말을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 들고 있다. ‘악동’ 마일리 사이러스 같이 미 유명인들이 트럼프의 압승 소식에 분노의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도 다반사다.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캐나다 이민병’이 이번엔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당신에 대한 기사를 많이 읽고 TV에서 많이 봤는데 당신은 많은 사람에게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편지를 보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를 가진 보통 미국 부모들의 고민은 상상 이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미국 대선에서 보여지고 있는 막말과 기행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이게 아이들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 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멜팅팟’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옳지 못하다며 아이들을 가르쳐 온 부모들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그런 그의 발언에 환호하는 미국인과 높아져 가는 지지율에 대해서도 말문이 막힌다.

[사진=게티이미지]

선생님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매사추세츠 뉴튼의 6학년 선생님 캐시 마허는 선거가 있는 해는 본래 학생들이 미국 민주주의 과정의 미덕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해는 다르다. 그는 학교의 모의 대선 토론에서 누군가는 트럼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 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치에 대해서 무언가를 말할 때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려고 정말 노력한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말해야 할 것 같다. 트럼프는 우리 학교에서 용인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인종과 민족, 세상을 보는 시각을 이유로 사람들을 조롱거리로 만든다”고 말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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