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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영아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이젠 행복하렴”
평택지역 맘카페 ‘안포맘’
추모공원 찾아 편지전달


“원영아, 좋은 곳으로 가서 웃는 모습 잊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렴. 이 세상에 널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기억하렴.”

친부와 계모로부터는 학대받고 미움을 받다 하늘나라로 간 신원영(7) 군에게 또다른 엄마들이 사랑을 전했다. 평택지역 맘카페 ‘안포맘’ 회원들은 14일 오후 친부 신모(38)씨와 계모(38)씨의 현장검증이 끝난 직후 신 군의 유골이 안치된 평택시립추모공원을 찾아 원영군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담긴 댓글 편지를 전달했다.

원영이는 학대 없는 세상으로 갔다. 다시는 학대받는 아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사랑한다”는 말을 어른들이 뒤늦게나마 하고 있다. 원영 군 유골함에 남겨진 로봇과 먹을거리.

A4용지 38장에 담긴 편지글에는 원영군을 이 세상에서 지켜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장 많이 담겼다.

카페 아이디 ‘유리인형’은 “못난 어른들 때문에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지 정말 마음이 아프구나. 부디 다음 세상에는 사랑만 듬뿍 받으며 오래오래 살길 바랄게”라며 원영군의 명복을 빌었다.

‘이방인’은 신 군에게 “이렇게 외롭고 힘들게 떠났지만 너란 아이는 존재만으로도 귀한 아이였단다”라며 “이런 세상의 한 구성원으로서 미안하다”며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 어른으로서 미안함을 전했다.

‘빵수니’ 역시 “하늘나라에선 먹고 싶은 것 많이 먹고 즐겁게 뛰어 놀려무나”며 “누구보다도 사랑 많이 받고, 원영아, 늦었지만 사랑해”라고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신 군이 친모와 계모로부터 받은 학대를 잊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했다. ‘꼼지락’은 “원영이가 부디 좋은 곳에서 상처와 아픔 다 잊고 굶주리지 않고 따뜻하게 지내면 좋겠어”라며 화장실에 갇혀 하루 한끼만 먹으며 추위에 떨었던 신 군이 겪었을 공포와 억울함을 보듬었다. 

이번 댓글 편지를 제안한 이원헌(47) 평택안포맘 카페 고문은 “원영이가 ‘사랑한다’든지 하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못듣고 자란 것 같아 지난 12일 오전부터 3일에 걸쳐 카페 게시판에 인터넷 분향소를 차려놓고 받은 댓글들을 모아 편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 역시 갑작스럽게 닥친 비극으로 경황이 없는 상황을 감안해서 결정된 일이었다. 

이날 이 고문을 포함한 회원 20명은 신 군이 안치된 납골당 앞에서 묵념을 한 뒤 굶주리고 추위에 떨었던 신군을 위해 간식과 핫팩을 붙여주고 댓글 편지를 전달했다. 몇몇 회원은 직접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시민은 신 군을 위해 로봇 장난감을 남기기도 했다.

신 군이 들러 밥을 먹고 가기도 한 지역 아동센터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이 고문은 신 군에 대해 “마냥 해맑고 천진난만한 아이였다”며 “내가 가장 신경써야 하는 부분을 신경쓰지 못했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평택=원호연ㆍ이원율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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