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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간 바지선에 숨어 물만 먹으며 밀입국한 사채업자
0.5평 공간에서 버티는데 도움준 생수병서 DNA 발견


[헤헐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미로 같은 바지선 격벽에 숨어 9일동안 물만 먹고 버티며 밀입국한 사채업자가 해경에 붙잡혔다.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는 15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김모(53) 씨와 김씨의 밀입국을 도운 선원 이모(61) 씨와 박모(51)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이씨와 박씨의 도움으로 중국 닝보(寧波) 항에서 정박 중인 바지선에 숨어 9일 만에 경남 거제 고현항으로 밀입국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씨와 박씨에게 밀입국 대가로 5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특히 김씨가 숨은 곳은 바지선의 평형수를 채우는 물탱크 격벽 통로로, 바지선에서 가장 깊숙하고 찾기 힘든 장소였다. 바지선 바닥 뚜껑을 열고 미로 같은 격벽 통로와 파이프를 타고 약 20m를 들어가야 도달하는 1.65㎡(0.5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김씨는 성인 남성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이곳에서 9일간 2ℓ짜리 생수만 마시며 버틴 끝에 밀입국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해해경청은 밀입국 첩보를 입수하고 고현항 바지선을 샅샅이 뒤진 끝에 격벽 통로에서 김씨가 밀입국 당시 마신 생수통, 입은 의류, 담뱃재 등을 발견해 김씨의 DNA를 찾아냈다. 남해해경청은 이를 근거로 수사에 나서 서울 마포구의 시가 20억원 상당의 빌라에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들어오는 김씨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김씨는 2009년 기업을 대상으로 고리 사채업을 벌여 누진세 포함 60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지인의 여권을 위조해 2011년께 중국으로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밀입국한 김씨를 체포하지 못했다면 공소시효가 만료돼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하지 못할 뻔 했다”고 말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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