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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돌 신드롬] 알파고에 학습 안된 手…구글이 이세돌에 ‘생큐’하는 이유
-4국으로 본 인공지능 위력과 빈틈
-구글, 완벽 AI향해 발걸음 분주할듯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이세돌 9단의 형세가 다소 불리했던 제4국 중반. 이 9단이 회심의 한 수인 78수를 흑돌 사이에 놓았다. 그런데 알파고는 소위 ‘떡수’(이상한 착수의 속어)를 뒀다. 어이없는 악수는 4수나 연발됐다.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이 9단이 헷갈리게 수순을 비틀면서 알파고가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뒀고 이 9단에게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대국 시작 4시간44분. 알파고는 착점이 표시되는 모니터에 ‘AlphaGo resigns(알파고는 포기한다)’ 팝업 창을 띄우며 끝내 기권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도중 “알파고가 79수에서 악수를 뒀는데 87수에서 이를 깨달았다”며 “79수 때 승률이 70%였지만 87수 때는 급격히 떨어졌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튀는 수 아닌 학습되지 않은 수=알파고는 이 9단과의 첫 대국에서 실수로 판단됐지만 20수를 내다본 묘수를 둔 적이 있다. 제3국에서는 국면을 매우 불리하게 끌고 가서 직관이 필요한 패싸움도 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복잡한 과정에는 불완전한 면이 있다. 알파고도 예외가 아니었다. 알파고는 학습되지 않은 상황이 주어질 때 인간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수들을 뒀다. 네 번째 대국에서 처음 보여준 알파고의 맹점이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알파고의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완벽하고 냉정하게 작동되는 것처럼 보이는 신경망도 연구진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기준으로 판단을 한다”고 덧붙였다.

알파고가 사람이라면 볼 수 있는 직관을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주변이 어수선한 상태에서 이 9단의 78수로 알파고가 살펴봐야 할 경우의 수가 확 늘면서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런데 한번 실수를 하게 되자 그 뒤에도 영향이 이어져 끝내기에선 아마추어 같은 바둑을 뒀다”고 했다. 승률을 계산한 결과 이미 불리해져 버린 대국에서는 알파고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만다는 의미다.


알파고에 허점이 발견되면서 인공지능이 100% 인간을 추월하지는 않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알파고는 분명 위력적이었지만, 허점도 있었다. 구글의 재정비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인공지능 이미지.
<사진설명>알파고에 허점이 발견되면서 인공지능이 100% 인간을 추월하지는 않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알파고는 분명 위력적이었지만, 허점도 있었다. 구글의 재정비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인공지능 이미지.
<사진설명>알파고에 허점이 발견되면서 인공지능이 100% 인간을 추월하지는 않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알파고는 분명 위력적이었지만, 허점도 있었다. 구글의 재정비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인공지능 이미지.

▶인간도, 인공지능도 완벽하지 않다=실제로 인간이 만든 모든 기술은 심란할 정도로 높은 실패율을 보이기도 한다.

초대형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으로 미국 금융시장은 붕괴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LTCM 파산의 원인은 사실상 인공지능에 해당하는 알고리즘에 전적으로 의존한 운용 방식에 있었다. 과거 데이터에 근거한 알고리즘에 따라 러시아 채권에 집중 투자했던 LTCM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과 함께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이지만, 사진 애플리케이션 ‘구글포토’에서 ‘고릴라’를 검색하자 흑인 여성의 사진이 뜬 적도 있다. 안면 인식 알고리즘이 완벽하지 않다는 얘기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권위가 있는 토머스 레이 박사는 “정지 궤도 위성이나 망원경, 우주 왕복선, 컴퓨터 운영 체제 이 모두는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대 효율 한계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의 높은 실패율을 지적한 바 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에서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알고리즘 구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하사비스 CEO도 “알파고는 프로토타입 단계(시제품보다 더 원초적인 단계) 프로그램으로, 아직 베타 단계(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 전 단계)도 아니고 심지어 알파 단계(첫 번째 테스트)도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의 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 9단과 경기를 치르는 것”이라고 했다.

알파고 허점이 드러나면서 마지막 바둑 경기의 승자는 점치기 어려워졌다. 알파고는 바둑 한판 지면 그만이지만, 신경망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이 비행기를 자동으로 이착륙시키고 병원 중환자실을 관리하는 곳에서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안성원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알파고가 아직 모든 수를 완벽하게 계산하지 못해도 지금까지 볼 때 알파고의 그물코가 인간의 그물코에 비해 훨씬 더 촘촘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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