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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돌 신드롬] 인류의 가장 위대한 78번째 수…바둑史를 다시 썼다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아, 저런 수가 있나요? 정말 놀랍습니다. 이세돌 9단이 사생결단의 칼을 뽑은 겁니다.”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결 제4국 대국장. 이 9단이 장고 끝에 78번째 수를 놓자 대국 해설장은 흥분이 넘쳤다. 나중에 ‘신의 한수’로 평가 받았지만, 알파고는 이때부터 당황해 했다. 심지어 알파고는 버그 현상까지 보였다. 알파고는 1~3국때의 이세돌처럼 평정심을 잃고 결국은 돌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대국 후 이세돌 9단은 “그땐 78수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신의 한수라고 표현하니 멋쩍다”고 겸손해 했다.

사실 78번째 수는 인간의 직관과 전투사로서의 빛나는 승부 감각을 보여준 수였다. 외신들 역시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했다.

바둑 전문가들도 4국의 78번째 수는 바둑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원 거대한 집에 승부수를 띄웠고, 이 수들이 몰살하면 대국이 패배하는 상황에서 백돌들을 무사 귀환시킨 빛나는 수였다는 것이다. 



이현욱 8단은 해설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수가 나왔다. 한 수 잘못두면 패배로 직결된다는 엄청난 압박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인간이 초인적인 도전 의지를 내비친 수”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 묘수는 알파고의 의지를 꺾었다. 인간의 불굴의 의지가 얼마나 위대한지 입증한 수였다는 시각마저 나온다. 78번째 수가 나오자 무적함대로 보였던 알파고는 흔들렸고, 격랑에 휘둘리더니 순식간에 난파됐다.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 때를 승부 포인트로 여겼다. 그는 “79수 때 승리 가능성이 70%대였지만 87수에는 급전직하했다”고 털어놨다. 이 9단이 둔 78수가 ‘신의 한수’였음을 그 역시 인정한 것이다. 그는 “이세돌 9단에 경의를 표한다”고도 했다.

이세돌 9단의 승부수는 1~3국에서의 패배와 그 충격에서 평범한 이라면 지레 겁먹고 포기할 법한 상황에서 불같은 투혼을 발휘했다는 데 의미가 있어 보인다.

4국에서의 이세돌 9단은 최소한 주도적 플레이를 펼쳤고, 초읽기 속에서도 강타를 계속 날렸다. 알파고의 연산 오류를 부채질 한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의지였다.

이 9단은 4국 승리 후 “알파고가 생각지 못했던 수에 대해 대처 능력이 떨어진 것 같다”며 “알파고가 (선수인) 흑을 백보다 더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민표 9단은 이날 대국에 대해 “알파고가 그랬듯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승부 속에서 진화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세돌은 4국에서만큼은 바둑사, 아니 지구 역사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불꽃 투혼을 보여줬다.


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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