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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읽는 맛, 보는 즐거움 주는 이 책
읽는 맛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책이라면 더 없이 좋다. 게다가 재미와 철학적 깊이, 다양한 정보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면 두 말할 나위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자연의 특징적인 모습을 감각적인 그림으로 담아낸 줄리안 로스만의 ‘자연해부도감’(더숲)과 그림책을 읽어주는 남자 이루리의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2‘은 바로 그런 책이라 할 만하다.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2/이루리 지음/북극곰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2’는 그림책이 단지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오히려 어른에게 더 재미와 유용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소한의 언어로 삶의 본질을 꿰뚫어내는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는 그림과 글은 삶에 끄달리며 방향을 잃은 어른들의 마음에 다시 등불을 밝혀준다.

저자가 들려주는 51편의 이야기는 개그콘서트보다 재미있고, 소설보다 감동적이고 추리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여행의 첫 출발은 일본 동화작가 미야니시 타츠야의 ‘고 녀석 맛있겠다’다.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어나던 어느 날, 아기공룡 안킬로사우루스가 알에서 깨어난다. 드넓은 벌판에 아무도 없다. 엄마 찾아 타달타달 걷고 있는 아기공룡 앞에 티라노사우루스가 “고 녀석 맛있겠다”며, 입맛 다시며 다가온다. 아기공룡은 반갑게 “아빠”를 부르며 달려든다. 티라노는 기습당한 기분이다. 자신의 이름이 ‘고 녀석 맛있겠다’인줄 아는 아기공룡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나가 상상한다. 모든 동식물이 인간에게 ‘아빠’라고 달려든다면 인간은 무얼 먹을 수 있을까?

켈름 마을 리브카 부부얘기 ‘암탉 젖짜기 대작전‘도 웃음과 삶의 오랜 지혜를 들려준다.

암탉 열두 마리와 수탉 한 마리가 전부인 가난한 농부의 아내 리브카는 어느 날 계란 말고 우유와 치즈도 먹을 수 있게 염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남편은 꿈까지 꾼다. 염소 한 마리가 앞 마당에서 풀을 뜯어 먹고 아내가 젖을 짜는 꿈이다. 꿈에서 깨어난 남편은 ‘유레카’를 외친다. 우유가 나오는 원리는 바로 풀을 먹기 때문이란 것. 암탉에게 갖은 방법으로 풀을 먹이지만 우유가 나올리 만무하다. 리브카가 원하는 우유와 치즈를 얻게 되는 행복한 결말은 바로 전통적이고 현재에도 유용한 물물거래에 있다. 반려동물에 관한 그림책 ’뼈다귀개‘,고전을 재해석한 ’장화신은 고양이‘, 독일판 선녀와 나뭇꾼 ’나는 커서 바다표범이 될거야‘ 등 한번 들면 놓기 힘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서평이다. 

자연해부도감/줄리아 로스먼 글 그림, 이경아 옮김, 이정모 감수/더숲

뉴요커인 줄리아 로스먼의 ‘자연해부도감’은 흔한 자연도감과 다르다. 일반적인 사진 대신 특징을 살려 그린 해부 그림이 우선 인상적이다. 또 다루는 세계의 방대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그가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호기심에 관찰한 동식물과 나무, 풀, 곤충과 새, 비와 눈, 물과 바람, 별과 달 등이 모두 포함됐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자연도감이 소로우의 월든 같은 곳에서 나온 게 아니라 고층빌딩 도시 뉴욕의 심장에서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산책길에서 만난 이들에 대해 스스로 궁금증을 품고 풀어나간다. ”잎이 예쁘게 생긴 저 나무의 이름은 뭘까?“”작년에 봤던 그 꽃은 언제 피는 거지?”

일상의 풍경을 자세히 뜯어보고 책을 찾아보고 공원에서 만난 풀을 뜯어먹어 보기도 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연을 탐구해나간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정리한 기록물을 ‘나의 자연책’이라 부른다. 지형의 여러모양, 들판이 숲으로 변해가는 과정, 대기권과 날씨의 변화, 날씨를 예측하는 방법, 다양한 눈송이 모양, 달의 변화, 눈을 뗄 수 없는 다양한 들꽃, 꽃을 유혹하는 벌과 나비의 화려함, 먹을 수 있는 풀과 야생초를 얻는 팁까지 세세한 그림과 정보가 풍성하게 담겨있다. 고르곤졸라 치즈를 채운 야생초 새싹 요리는 덤. 놀라운 곤충의 세계, 개미의 해부학, 셀 수 없는 다양한 모양의 나뭇잎, 새의 깃털과 제각각인 새의 알 등 우리가 알아야 할 자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도시인들에게는 자연은 그저 숲과 산, 바다, 강 식으로 뭉텅이진 대상일 뿐이다. 지구에는 인간을 포함해 250만종의 생명이 살아있다. 그런 종의 다양성과 생명의 신비가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실감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이 책이 단순한 도감이 아니라 해부도감임을 강조하며, 자연을 해부하면서 서로 다른 생명들이 같은 부속으로 이루어진 친척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학습 부교재로 써도 좋을 만큼 학교에서 배우는 자연학습 과정이 다 담겨 있다. 손으로 하나 하나 그린 그림이라대상의 특징이 눈에 잘 들어오고 생물 간의 차이점이 잘 드러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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