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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감자 성년후견제②] “가족이 능사 아냐” 전문가 후견인이란?
- 가족을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비율 압도적
- 재산전용, 권한남용 등 친족후견 부작용 우려도
- 전문가후견인, 변호사ㆍ법무사ㆍ세무사 등 직군 다양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2013년 7월 국내에 성년후견제가 도입된 이래 법원은 대체로 가족 구성원 중에서 후견인을 선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30일 기준 서울가정법원에서 후견인을 지정한 740건을 보면 친족후견인이 87%(644명), 전문가 후견인이 6.4%(47명), 시민 후견인이 6.6%(49명)로 친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가정법원과 수원지방법원의 전문가후견인으로 있는 법무법인 그린의 배태민 변호사는 “가족이 후견인이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잠재적 상속인으로 분류되는 자녀나 배우자 간에 분쟁이 없다면 가족이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의 전문가후견인으로 있는 법률사무소 히포크라의 박호균 변호사는 그 배경으로 비용 문제를 들었다. 박 변호사는 “가족이 후견인이 되면 무보수로 후견업무를 보는 것이 가능하지만 전문가후견인을 선임하면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며 비용이 친족후견과 전문가후견을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하지만 친족후견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당시 김지숙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친족후견인들은 성년후견제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어 후견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향후 상속을 예상해 재산문제를 명확하게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성년후견제는 피후견인을 위한 제도”라며 “후견인으로 선임된 가족이 제도를 악용해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신상보호권을 남용해 피후견인을 시설에 보낼 위험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가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후견인은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개념이지만 각 전문가 단체에선 친족후견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꾸준히 전문가후견인을 배출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이달 현재 법원에 등록된 전문가후견인은 총 117명이다. 이 중 4곳은 공익 법무법인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변호사부터 법무사, 세무사, 사회복지사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며 “해당 사건의 성격에 맞는 전문가가 후견인으로 지정된다”고 설명했다. 가령 거동이 불편한 피후견인에게는 사회복지사가 전문후견인으로 선임되는 식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들은 각 전문 단체(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무사협회, 한국세무사회 등)에서 규정된 시간동안 교육을 받으면 법원에 후견인 자격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등록된 전문가후견인 풀 안에서 후견인을 선임한다.

이때부터 전문가후견인이 갖게 되는 권한과 의무는 친족후견인과 동일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먼저 전문가후견인은 자신이 맡게 된 피후견인의 재산목록을 작성해 후견개시결정 후 두달 안에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법원은 전문가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지정해준다.

변호사가 성년후견인으로 결정됐던 서울 강남의 재력가 박씨 사건의 경우 서울가정법원은 ‘금전을 빌리는 행위’, ‘월 2000만원 초과 인출하는 행위’, ‘부동산 등의 재산 처분 행위’, ‘상속의 승인ㆍ포기 및 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협의’ 등을 할 때 전문가후견인은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전문가후견인의 권한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법원의 허가없이 이뤄진 행위는 그 즉시 취소된다.

반면 ‘거주ㆍ이전’이나 ‘면접교섭’, ‘의료행위’ 등 피후견인의 신상에 관해선 전문가후견인이 결정권을 갖는다고 명시했다.

즉 전문가후견인이 법원에 사전 허가를 구해야 하는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별도로 구분해 후견업무를 결정하는 것이다.

전문가후견인이 후견업무를 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피후견인의 재산 중에서 지출하도록 돼 있다. 법원은 후견인의 업무를 정기적으로 관리ㆍ감독하고자 후견인이 매년 ‘후견사무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했다.

피후견인이 사망하면 후견업무도 종료되는데 이때 후견인과 상속인은 한 달 안으로 피후견인이 남긴 재산을 계산해야 한다.

배 변호사는 “피후견인 사망후 재산을 계산하고 나서 상속이 개시된다. 그때부터 상속은 상속인들간의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피후견인이 중도에 상태가 호전돼 사무처리 능력이 회복됐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에도 후견업무는 끝난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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