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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세종시 ‘거주자우선제도’ 완화] 분양門 여는 세종시…‘전국구 투기장’될라
국토부, 거주자우대 2년서 1년으로
일정분양물량 타지역 수요자 배정
“치고빠지는 투기 대안없다”우려도


지금껏 세종시 분양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다. 세종시에서 적용되는 공급규칙이 이전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초기 진입자들에게만 유리하게 짜여진 까닭이다.

국토교통부가 다른 도시에 거주하는 주택 수요자들도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청약여건을 넓히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세종시가 ‘인구 블랙홀’, ‘전국구 투기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와 행복청이 세종시에서 분양되는 주택을 타지역 수요자도 분양받을 수 있는 여건을
넓히기로 했다. 현행 2년인 거주자우대기간을 1년 이하로 축소하고, 분양물량 일부는 세종시
외 거주자에게도 배정하는 게 골자다. 세종시 정부청사와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LH]

8일 국토부와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1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핵심 내용은 세종시 분양의 근간이었던 ‘거주자우선제도’를 손보는 것이다. 지금까진 세종시 아파트 공급물량의 100%가 2년 이상 거주한 거주자들에게 우선 배정됐다. 2년 미만 거주한 사람이나 타지역 사람들도 청약은 가능했지만 당첨 가능성이 희박했다.

개정된 규칙에 따라 현재 2년인 우대기간은 1년 이하로 축소된다. 분양물량의 일정 비율은 타지역 수요자들에게도 배정된다.

구체적인 우대기간과 공급 비율은 행복청이 오는 5월께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세종시에서 공급 예정인 아파트는 2만여가구 수준. 이 가운데 하반기 분양하는 아파트에는 이번에 바뀐 공급규칙이 적용된다.

세종시의 주택공급방식은 배타적인 성격 탓에 논란의 대상이었다. 특히 초창기 분양이 이뤄진 2012~2013년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으로 분양을 받은 공무원들 일부가, 나중에 거주자우선제도를 활용해 추가로 아파트를 당첨받은 뒤 이를 전매해 차익을 거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월세로 거주하는 일반 시민 중 일부도 웃돈을 노리고 소위 ‘묻지마 투자’에 뛰어들었다. 세종시 부자공인 손수봉 대표는 “중개업계에선 세종시 전월세 거주자의 80% 이상이 투자목적으로 청약에 나섰다고 본다. 당첨되면 웃돈 얹어 팔고, 6개월 기다렸다가 또 파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분양하는 족족 당해 지역 우선인 1순위에서 마감되니 타지역민들은 명함을 내밀 수 없었다”고 했다.

실제 행복청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에서 나온 민간아파트의 청약률은 수백~수천%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분양된 ‘세종 더 하이스트’(2-1생활권 L4블록)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252가구 모집에 1만7520명이 달려들어 기록적인 청약률(6950%)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덩달아 분양권에 붙은 웃돈도 입지에 따라 수 천 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하며 ‘매력적인 투자처’란 인식이 생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주택 공급규칙 개정을 두고 “공무원과 기존 주민들이 아파트 당첨을 독식하며 분양시장이 혼탁해졌다는 비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변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효과’가 공고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계청 순이동자수(총전입자-총전출자) 통계를 보면 지난 한 해 전국에서 세종시로 유입된 5만3044명 가운데 64.7%가 대전과 충청도 인구였다. ‘수도권 과밀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한다’는 건설 목표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세종시에선 올해부터 2단계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산학연클러스터 산업용지(4생활권)에 기업을 유치하는 등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게 핵심 과제다. 행복청은 이 기간에 수도권 인구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치고 빠지려는’ 투자수요를 솎아낼 대안이 없다는 건 문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는 “2단계 사업 목표에 걸맞는 분양 방식이 필요하다”며 “청약시 지역을 중점적으로 따지는 건 기계적인 기준이고 투기수요를 막기 어렵다. 세종시의 ‘하우징 니즈’를 실거주자 중심으로 세분화해서 그 조건에 맞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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