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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정치권력이 지배한 한국금융…그 속살을 들여다보다
저축은행 부실·영업정지 사태
관치금융·주식시세조정 등 치부…
반세기 정치금융 폐해 생생히 해부
금융기관 전·현직 임원 학맥 분석도



2011년 4월, 국회 청문회장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전ㆍ현직 금융위원장을 비롯, 기획재정부장관, 전 경제 부총리 등 경제 수장들이 모두 불려나온 것이다. 섣부른 규제완화와 감독실패가 불러온 26개 저축은행의 부실과 영업정지 사태의 책임을 묻는 자리였다. 금융산업의 부끄러운 풍경은 한 두번이 아니다. IMF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대란, 글로벌금융위기 등 자괴감이 들 정도다. 

한국을 뒤흔든 금융권력
윤재섭 지음
21세기북스
‘한국을 뒤흔든 금융권력’(21세기북스)의 저자 윤재섭은 이 같은 금융의 체력저하의 원인을 ‘정치금융’에서 찾는다. 정치권력의 금융지배가 금융산업을 퇴보하게 했고, 궁극적으로 경제위기를 불렀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근거로 1961년 군사정부 시절부터 2015년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나타났던 정치금융의 폐단을 하나 하나씩 들춰낸다. 특히 전두환, 노태우 정권시절의 권력형 금융비리와 무소불위 금융권력자들의 행보를 파헤치면서 정치금융의 잘못을 지적한다.

권력 유지와 탐욕을 위해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인사를 금융기관장에 멋대로 앉히고, 시장참가자들의 자율에 맡겨야 할 가격에 개입하면서 금융산업을 어지럽혔다고 꼬집는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권력형 비리사건을 저지르고, 주식 시세를 조종하는 한편 표심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폈던 정치권력의 치부를 들추어낸다.

저자는 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12년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관치금융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당시 정부 정책의 내용과 정책수행 과정의 뒷이야기를 소상히 담았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1,2차 은행 구조조정, 대우그룹 해체, 2003년 신용카드 사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들 사건 처리에 누가 관여했고, 각자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도 살필 수 있다. 아울러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 DTI ) 규제가 금융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되새겨 볼 만하다.

저자가 이를 통해 일관되게 주장하는 논지는 “정치권력에 의한 금융지배 역사를 끝내자”는 것이다. “금융산업의 미래가 곧 한국 경제의 미래다. 금융산업의 밝은 미래를 위해 더 늦기 전에 금융시장에 대한 정치권력의 외압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원칙을 세우고, 능력 있는 금융 전문가들 손에 시장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민의 각별한 관심을 촉구한다. 누가 금융기관 수장에 오르는지, 금융당국이 어떤 금융정책을 펴는지 국민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또 책 말미에 한국 금융산업을 이끌어온 금융리더 5인-김석동(전 금융위원장), 김정태(하나금융지주 회장), 신창재(교보생명그룹 회장), 박현주(미래에셋 회장), 진웅섭(금융감독원장)-의 삶과 철학을 소개하고 미래 한국 금융산업의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금융산업이 발전하려면 경험과 노하우, 자본의 축적이 필요한데, 어느 것 하나 만족할 만한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 여기다 규제와 간섭, 과보호, 경쟁 제한 등 발전을 저해하는 조건들만 즐비했다.”(‘한국을 뒤흔든 금융권력’에서)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반세기 한국 금융역사를 지배했던 권력자들을 시대별로 분석했다는 점 외에도 현재 금융기관 200곳에서 일하는 전ㆍ현직 임원들의 출신 고교 및 대학 등을 조사해 금융권에서 어느 학맥집단이 힘을 발휘하는지 분석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중간 중간 ‘관치X 파일’이란 코너를 통해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관치(官治)의 뒷 얘기를 담음으로써 소소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금융계 입문을 위해 한국 금융역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나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증진을 바라는 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헤럴드경제신문에서 21년 넘게 취재기자로 뛰며, 기자 인생의 절반 이상을 금융산업 현장에서 보낸 금융통. 불안한 한국 금융시장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들여다본 역작이다.

문호진 기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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