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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타 시엠프레(Hasta siempre)!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아직 아디오스(Adiosㆍ안녕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를 말하기는 일렀다. 금빛 드레스를 입은 86세 디바의 목소리는 감미로웠고 그 손짓은 넘칠만큼 우아했다. 환갑을 넘긴 라우드(Laoudㆍ기타처럼 생긴 쿠바 전통 현악기) 연주자의 손놀림은 여전히 ‘미친(Loco)듯’ 현란했다.

오마라 포르투온도, 바르바리토 토레스, 과히로 미라발 등으로 구성된 ‘오르케스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고별 공연 ‘아디오스 투어’ 무대가 지난 3월 1일 저녁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쿠바의 전설적인 밴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 7년만에 신작 ‘로스트 앤드 파운드(Lost & Found)’의 전세계 발매와 동시에 갖고 있는 순회공연이다. 

한복을 입고 깜짝등장한 오마라 포르투온도.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이브라힘 페레르(1927-2005), 루벤 곤잘레스(1919-2003), 콤파이 세군도(1907-2003) 등 주요 원년 멤버들은 세상을 떠나고 없었지만, 전설적인 쿠반 재즈의 사운드는 삭막한 도시의 밤을 카리브해의 여름밤으로 바꿔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공연은 루벤 곤잘레스에 대한 헌정으로 시작했다. 루벤의 생전 영상을 배경으로 피아노 솔로 ‘Como siento yo’ 연주가 펼쳐졌다.

이어 10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등장, 8박자 미드템포의 차차 음악 ‘Bodas de oro’를 연주했다. ‘린콘 칼리엔테(Rincon caliente)’, ‘툼바오(Tumbao)’, ‘브루카 마니과(Bruca manigua)’로 이어지며 차차 리듬은 조금씩 템포를 높여갔다. 젊은 여성 보컬의 쿠반 귀로(Guiroㆍ나무통 표면을 막대기로 긁어서 소리내는 악기) 박자가 빨라질수록 객석도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공연 장면.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다섯곡이 끝나자 드디어 쿠반 재즈의 디바, 오마라가 등장했다. 객석은 열광했다.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나온 오마라는 피아노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았다. 오케스트라는 모두 자리를 비웠고, 스포트라이트는 피아노 솔로와 기타 솔로에 맞춰 ‘베인테 아뇨스(Veinte Anos)’와 ‘베사메 무쵸(Besame mucho)’를 느리게 변주하는 오마라를 비췄다. 시가와 모히토가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노 메 요레스(No me llores)’를 부를 때부터 분위기는 빠르게 반전됐다. 결국 노련한 디바는 모든 관객을 일어나 춤추게 만들었다. 네번째 곡 ‘키싸스 키싸스(Quizas Quizas)’를 빠른 템포로 부르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아바나 클럽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가득해졌다.

잠시 무대를 떠난 오마라의 빈자리를 라우드의 속주(速奏)로 채운 건 ‘로코’ 바르바리토였다. 라우드와 콩가가 번갈아가며 신들린 듯한 연주로 ‘마리에타(Marieta)’를 들려줬다. 콤바이의 영상과 함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불후의 명곡 ‘찬찬(Chan chan)’이 흘러 나왔다.

이어 오마라가 한복을 입고 다시 무대로 등장했다. 미리 가사를 적어 놓은 종이를 보며 한국어로 ‘아리랑’을 부르는 오마라의 모습에 객석에선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라우드를 연주하는 바르바리토.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마지막 곡 ‘관타나메라(Guantanamera)’에 이어 ‘도스 가르데니아스(Dos gardenias)’와 ‘칸델라(Candela)’ 2개의 앙코르 곡으로 무대를 마칠 때까지 전설의 아프로 쿠반 재즈 밴드는 완벽하게 열정적이었다.

특히 오마라는 무대를 떠나면서까지 노래를 끝내려 하지 않았다. 구순을 앞둔, 여전히 짱짱한 디바의 모습을 무대에서 만나는 것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눈시울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공연은 오는 4월 영국 런던을 끝으로 더 이상 해외에서 볼 수 없다. 그래서 타이틀도 ‘아디오스’다. 그러나 팬들은 아직 이들을 떠나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스타 시엠프레(Hasta siempreㆍ영원하라)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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