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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트라이트’ 아카데미상 받은 날…고위 성직자 “아동 성추행 대응 잘못 인정”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파헤친 언론사 보스턴 글로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가톨릭 고위 성직자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 대응과 관련 “교회가 막대한(enormous) 잘못을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교황청 재정 책임자인 호주 출신 조지 펠(74) 추기경이 아동 성추행 조사 관련 호주 왕립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펠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교회가 사제에 의한 아동 성추행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변호할 여지가 없는 인물을 방어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지 펠 추기경 [사진=게티이미지]

펠 추기경은 지금까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와 관련 증언에 나선 가톨릭계 관계자 중 최고위직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인 데일리비스트는 “바티칸(교황청) 넘버3가 성추행 관련 심문에 나왔다”고 전했다.

펠 추기경은 과거 호주에서 재직할 때 제럴드 리즈데일 신부 등 사제들의 성추행에 시달린 아동과 그 가족들을 매수해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아동들의 성추행 고발을 무시했다는 증언도 제기됐다.

이와관련 펠 추기경은 지난해 호주로 오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오랜 여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이번 진술은 영상 중계로 이뤄졌다. 펠 추기경은 교황청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로마 퀴리날레호텔에서 진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교회는 많은 지역에서, 특히 호주에서 일을 망쳤고 사람들을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진술에서 언급된 제럴드 리즈데일 신부는 자신의 조카 데이비드 리즈데일을 비롯 54명의 아동을 성추행했다. 리즈데일 신부는 현재 유죄 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 중이다.

피해자인 데이비드 리즈데일은 “펠 추기경이 침묵하라며 자신을 매수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리즈데일은 “성추행 피해자들은 호주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집단”이라며 “일부 피해자는 알코올 중독, 폭력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모두 성추행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인 피터 브렌키론은 퀴리날레호텔 앞에서 성추행을 당했을 당시 자신의 사진을 프린트한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나섰다. 그의 티셔츠에는 “더 이상 침묵하면 안돼(No More Silence)”라고 적혀있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호주를 비롯 미국, 이탈리아, 영국 등 각지의 언론사들이 모여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앞서 호주 정부는 가톨릭 교회 등에서 아동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폭로되자 2012년 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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