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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 언니 전성시대①] 女子, 여성에 빠지다… 뭇여성 심쿵하는 ‘걸크러쉬’
여자 ‘Girl’과 빠지다 ‘Crush’ 합친 걸크러쉬
“친해지고 싶다” 뛰어넘어 스타일도 따라하기
남성위주 사회 억눌림의 표출이란 분석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한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양모(25ㆍ여)씨. 평소 그녀의 스마트폰 사진첩에는 자신이 동경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은 여성 패션 모델들의 모습으로 가득차 있다.

확고한 자기 신념으로 남성들에게 ‘센 언니’로 불린다는 양씨. 그런 그녀도 입사 후 처음으로 인생의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사람을 만났다. 양씨가 속한 마케팅팀의 박모(38ㆍ여) 팀장이 그 대상이다.

야후 최고경영자(CEO) 마리사 메이어.

미혼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외모와 회사 출근복으로 찢어진 청바지를 선택하는 패션 센스, 여기에 시원시원한 일처리로 사내에 적이 없는 성격 등으로 박팀장은 이미 많은 여사원으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씨는 “외모부터 옷, 성격, 말투까지 모두 따라하고 싶다”며 “이번 주말에는 당장 헤어스타일부터 비슷하게 바꾸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같은 여성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거나 동경의 대상이 되는 여성을 지칭하는 ‘걸크러쉬(Girl Crush)’란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처음엔 방송 매체에 나오는 여성 연예인 중 ‘센언니’들을 지칭하는 용어로만 대부분 사용됐지만, 점차 생활 속의 주변 여성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걸크러쉬란 여성을 뜻하는 ‘걸(Girl)’과 빠지다라는 뜻의 ‘크러쉬(Crush)’를 합친 신조어로 여성들에게 호감을 사거나 동경의 대상인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걸크러쉬는 행동 양식에 따라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가 해당 여성과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며, 2단계는 해당 여성의 머리, 피부, 화장, 옷차림 등 모든 스타일을 자신에게 적용해 똑같이 되고 싶은 단계를 뜻한다. 마지막 3단계는 외모 뿐 아니라 직장, 생활습관 및 양식과 같은 삶의 모습까지도 추종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걸크러쉬 현상이 대중문화 분야에서 여성팬을 가진 걸그룹 등 여성 연예인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등 좁은 의미로만 해석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출처=게티이미지]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걸크러쉬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된 신조어로, 여성들이 학창시절 동경하던 여자 친구나 선배, 직장에서 본받고 싶은 멋진 여성 상사를 따르고, 그들의 모습을 본따는 행동도 걸크러쉬 현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걸크러쉬가 최근 한국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엔 여성들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 인식이 달라진 점이 주요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상당히 진행되면서 지위가 달라졌다”며 “단순히 기가 센 여성을 뜻하기보단 여성들이 스스로 멋진 것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준을 만들어가는 현상이 바로 걸크러쉬”라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주체적인 자아를 추구하고 젠더 감수성을 발달시켜나가는 과정”이라며 “섹슈얼리티 이론에서 본다면 걸크러쉬는 가부장적 남성으로부터 단정지어지는 일방적인 인식에 대한 반항이자 여성들의 억눌린 감정의 표출이며, 순응적인 여성상에 대한 반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걸크러쉬라는 조어가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대중문화 소비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급조된 말일 뿐 예전부터 존재했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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