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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오페라 자막…어떤가요?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는 뭘까. 탄생 배경이나 대중성‧예술성 같은 잣대를 논하려는 건 아니다. 관객의 시선에서 먼저 들어오는 건 ‘자막’의 유무다. 뮤지컬의 경우 내한공연이 아니고서야 한국 배우가 우리말로 연기‧노래하는 라이선스뮤지컬이나 창작뮤지컬은 자막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우의 역량을 가늠할 때 가창력‧연기력뿐만 아니라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발음‧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야기가 ‘잘 들려야’ 감동이 오고 재미도 따를 테니.

오페라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이태리어나 독일어 등 외국어로 작곡된 오페라를 공연할 때 자막은 필수다. 국내에서 오페라 자막을 처음 사용한 작품은 1985년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공연이었던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다. 그전엔 아리아와 대사 모두 우리말로 바꿔서 부르는 번안오페라를 시도했거나 외국어로 공연해도 자막을 제공하지 않았다. 말맛을 살리지 못해 어색하거나 관객을 배려하지 않아 불친절했던 오페라가 자막을 도입함으로써 대중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무대 위 혹은 양옆에 설치된 자막을 보느라 시선을 수시로 바꿔야해 관객 입장에선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자막이 있어야 방대한 내용을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다. 그래서 오페라를 관람할 땐 너무 앞자리는 꺼리게 된다. 자막과 무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1층 뒷자리나 2층 앞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1950년 우리나라 최초 창작오페라 ‘춘향전’이 초연된 후 현재까지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창작오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말로 공연하는 거니 자막은 필요 없지 않을까? 하지만 필자가 관람한 거의 모든 창작오페라는 자막을 사용했다. 시선은 자막에 자주 머물렀다. 우리말이 ‘잘 안 들리기’ 때문. 음에 얹힌 가사가 성악가의 발성을 통해 나오면서 불분명해진다. 자막을 보지 않고선 내용을 놓치기 일쑤다.

최근 공연된 서울시오페라단의 ‘달이 물로 걸어오듯’도 자막을 썼다. 함축적인 대사 안에서 긴박한 심리드라마가 펼쳐졌다. 하지만 여전히 가사의 몇 소절에선 발음이 뭉개져 자막에 눈이 돌아갔다. 이건용 단장은 자막을 “관객을 위한 최대한의 서비스”라 설명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가수가 완벽하게 발음해서 자막을 없애는 것이겠지만, 아직은 우리말을 잘 들리게 하는 작곡과 발성이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 있다고 본다.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내보내는 것”이라 했다.

자막의 유용성은 충분히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우리말로 공연하는 데 자막이 사용되는 아이러니는 극복할 과제임이 틀림없다. 창작자는 선율과 우리말의 어울림을 고려하고, 가수는 완벽한 발음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쌓아야겠다. ‘혹시’란 걱정을 버리고 과감히 자막을 생략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자막의 도움 없이 온전히 빠져드는 작품이 탄생해야 반백년 세월을 축적한 창작오페라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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