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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OC]당신이 필리버스터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HOOC=서상범 기자]낯선 정치 용어가 연일 포털 등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필리버스터(Filibuster)입니다.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무제한 토론이라고도 불리는 이 용어는 주로 소수 정당이 다수 정당의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24일 현재 더불어 민주당이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한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진행중이죠. 

시사용어 사전에서나 볼 법한 이 용어 때문에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대체 “필리버스터가 뭐길래?”라는 물음과 함께 외로운 토론을 하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집권당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몽니’라며 폄하를 하는 이들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폄하하기에는 몇 시간씩 자리를 뜨지않고 조용한 토론을 이어나가는 야당 의원들의 진정성과 노력이 안쓰럽습니다.

또 한편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깼다면서 진행 시간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몸부림치며 진행하고 있는 필리버스터는 대체 무엇이고, 그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HOOC이 짚어봤습니다.

▶필리버스터의 유래는?=필리버스터라는 말은 ‘해적선, 약탈자’를 뜻하는 스페인어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영국 의회에서는 프리부스터(freebooster)라고도 하는데요. 원래는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만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후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다수파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소수파의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는데요. 특히 물리적 방해가 아닌, 토론이라는 형식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정중한 국회의 싸움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가장 긴 필리버스터는?=필리버스터의 목적이 긴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이다보니, 얼마나 오랫동안 발언을 이어나가느냐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이번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김광진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포문을 열었는데요. 23일 오후 7시6분에 연설을 시작한 김 의원은 자정을 넘긴 24일 새벽 12시 39분에 토론을 마쳤습니다. 5시간 33분 동안이나 발언을 이어간 것인데요. 이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갖고 있던 국회 본회의 최장 연설 기록을 깬 것입니다.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사진=위키피디아)

김 전 대통령은 1964년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으려 5시간19분간 연설하며 이전까지 국회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4일 오전 9시 30분 현재 김 의원의 이 기록은 다시 같은 당 은수미 의원에 의해 갱신됐습니다. 24일 오전 2시30분부터 연설을 시작한 은 의원은 7시간이 넘게 발언을 진행중입니다.

본회의가 아닌 국회 상임위원회 필리버스터로는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10시간 15분간 발언한 것이 최장입니다.

해외를 포함해서는 1957년 미국 상원 스트롬 서먼드 의원이 24시간 8분간 연설한 것이 세계 최장 기록으로 꼽힙니다.

▶필리버스터의 발동 요건은?=사실 필리버스터가 불필요한 의사진행을 계속해 정작 필요한 논의를 방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돼왔습니다.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금지하고 있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973년 국회의원 발언 시간을 규정하는 국회법 조항 신설로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법 개정으로 재도입된 제도입니다.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는 조건도 있습니다. 국회법 106조의2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1 서명을 받아 무제한 토론을 요구할 수 있는데요. 토론 진행 중에는 본회의 참석자가 개의 정족수인 5분의 1 이하가 돼도 회의가 진행 가능합니다.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는 은수미 더민주 의원

이 토론이 끝나려면 토론에 나설 의원이 아무도 없거나, 국회 회기가 종료되거나, 재적의원 5분의 3(17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 움직임이 알려진 후 두차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결론은 국회 발목잡기를 하는 야당을 규탄한다는 내용이었죠. 당초 새누리당 의원 일부는 반대 토론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지만,야당의 전략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원 토론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필리버스터는 아무 내용이나 상관없다?=미국드라마 웨스트 윙에서는 어린이 보건관련 법안 관련해 28세의 스택하우스라는 노의원이 필리버스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당이 내놓은 가족복지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나온 해당 의원은 당초 법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다가 이후 법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요리책을 가지고 나와 레시피를 하나둘씩 읊습니다. 요리책 다음에는 소설책을 들고나와 읽죠.

이는 미국 의회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 의회는 ‘의장석에서 계속 발언을 해야 하고, 발언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화장실에도 갈 수 없다. 하지만 의원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간섭할 수 없으며, 어떠한 내용이라도 의원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터를 당하는 상대편의 입장에서는 정말 약이 오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언제나 반대 입장이 될 수 있기에 미국 정치는 이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토론 주제와 관련없는 내용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국회법 제102조에 따르면 “모든 발언은 의제외에 미치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에 반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김광진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긴 시간 내내 관련 내용을 발언했는데요. 어쩌면 이것이 더욱 이들의 필리버스터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현재 미국 민주당의 대선 주자 중 하나인 버니 샌더스 역시 필리버스터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는 지난 2010년 12월10일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 연장안을 막기 위해 8시간 37분동안 연설을 했는데요. 관련 법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한 이 연설은 책으로도 출간될만큼 의미가 있는 내용으로만 구성됐습니다. 
미국드라마 웨스트윙

▶필리버스터의 끝은?=그렇다면 이 필리버스터는 언제쯤 종결될까요? 필리버스터의 목적이 긴 연설을 통해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것인데요. 이론적으로는 국회법상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11일까지 토론이 가능합니다. 거의 2주가량을 야당 의원들이 연이어 연설을 하면 다음 회기로 법안 처리를 미룰수 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면 곧바로 표결을 실시해야 하는데요. 여당이 원내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테러방지법은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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