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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김필수] 박근혜 대통령의 세 개의 화살
상황이 급박하다. 당사자들은 예민하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불안하다. 이런 게 살얼음판이다. 지금 한국의 외교안보 얘기다. 남북, 한중, 한미 관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급기야 대통령이 국회연설까지 했다. 상황을 직시하고, 힘을 모으자는 취지다. 나아진 게 없다. 더 안갯속이고, 더 살얼음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세 개의 화살(양적완화정책, 재정확대정책, 구조개혁정책)을 쐈다. 궤도를 벗어나 빗나가고 있다는 게 현재 평가다.

북핵위기 타개를 위해 우리 정부가 준비한 화살도 세 개로 보인다. 하나는 쐈고, 하나는 시위에 걸었고, 하나는 아직 화살통에 있다. 순서대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 한국 내 사드(고고도요격미사일) 배치, 그리고 핵무장이다. 이들은 제대로 날아가 ‘북핵 포기와 한반도 평화’라는 과녁을 맞힐 수 있을까.

#‘개성공단 전면 중단’=시위에 걸자마자 전격적으로 쐈다. 우리 편(입주기업인)도 섞여 있어 쌍방 피해다. 유형의 피해는 우리가 더 크다. 정부는 무형의 피해는 북한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전면 중단’에 북한이 ‘폐쇄’로 맞서면서 남북관계는 최악 국면이다. 정권 교체, 전쟁 불사 등 극단의 언어들이 오간다.

#‘사드 배치’=시위에 걸린 화살이다. 한미간 실무논의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북한이 아닌 자기를 겨눈 화살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험한 분위기다. 사열대 외교 등으로 최고의 관계를 이어가던 한중관계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여기도 최악이다.

#‘핵무장론’…=아직 화살통에 있는 화살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빨리 시위에 걸라고 안달이다. 하지만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맞대응 화살(경제제재 등 각종 제재)을 겨누려는 주변국들이 있다. 특히 한국의 핵무장을 누구보다 꺼리는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핵무장 땐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미국발(發)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이 화살을 실제 꺼낼 즈음이면 한미관계도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러고 보니 사방이 지뢰다. 개성공단으로 북한과 대치하고, 사드로 중국과 틀어지고, 핵무장론으로 미국과 긴장이 흐른다. 여기에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로 이미 팽팽하다. 북핵 위기를 빌미로 군사대국화를 노골화하고 있는 일본은 22일에는 무슨 ‘다케시마의 날’이라며 한국을 자극한다.

사면초가(四面楚歌)다. ‘한미일 vs.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라지만, 한발 잘못 디디면 바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아베 총리는 세 개의 화살이 잘못되지 않았다며 계속 쏠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6일 국회연설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쏠 화살이 남았음을 시사했다. 북한 정권교체까지 거론한 마당에 더 나아간다면 극한대립만 남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쟁을 좋아하는 국민은 망하게 마련이지만 전쟁을 잊어버리는 국민도 위험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이 말을 되새겼던 걸까. 어쨌든 이제 국민은 박 대통령과 한배를 탔다. 혹독한 외교안보 시험대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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