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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들의‘현물金庫’가 부활한다
초저금리ㆍ과세 강화에 수요늘어
작년 400억대 시장…1년새 25%↑
업계 매출도 빈익빈부익부 ‘뚜렷’
“1% 이자라도” 서민엔 남의 얘기



#. 국내 금고(金庫)시장에서 점유율 60%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선일금고. 지난 2007년과 비교했을 때 2016년 현재의 회사 규모는 10배 가까이 커졌다. 디자인에 신경 써 제작한 보급형 제품을 출시한데 이어 평소 현금과 각종 귀중품 보관 수요가 높은 고소득층의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부자들의 방 구석에 자리 잡은 현금 금고가 부활했다. 현금 수요 감소와 모바일 금융 활성화 등으로 현물금고가 사라지는 추세였지만, 최근 초저금리에다 세금 회피를 위해 고소득층이 자산을 현금화해 개인금고에 넣어두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현금을 보관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초강력 금고’는 지난 7~8년간 매출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문을 닫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선전이다.

과거 부자들의 방 구석에 자리 잡은 현금 금고가 부활했다. 현금 수요 감소와 모바일 금융 활성화 등으로 현물금고가 사라지는 추세였지만, 최근 초저금리에다 세금 회피를 위해 고소득층이 자산을 현금화해 개인금고에 넣어두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년간 이어온 경기 불황에도 대형 금고 업체들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국내 개인금고 시장은 약 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억원 증가했다.

주요 업체들의 매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선일금고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350억원으로 전년대비 40% 급증했다. 점유율이 10% 가량 되는 디프로매트의 경우에도 매출액은 163억원으로 전년대비 2%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고소득층이 주로 구매하는 이익률 높은 개인금고의 판매가 증가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7%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부근에 위치한 한 금고상. 외부 모습부터 을씨년스러운 이곳을 찾는 손님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간판조차 없는 창고형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52) 씨는 “주요 고객은 영세 상인들이지만 최근 1주일간은 손님이 없었다”며 “물건을 보러 오는 사람은 몇몇 있지만 이것이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푸념했다. 그는 “불황으로 장사도 안되는데 쌓아둘 돈이나 재물이 있겠느냐. 금고가 잘 팔리는 게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금고 보유 여부를 두고 소득계층 간 차이가 분명해지는 모습이다. 영세 상인들이 주요 고객층을 이루고 있는 중소 금고상들의 경우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중앙금고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수요가 별로 없는 수준이다. 시장 자체가 작아진다고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다수의 금고상이 모여 영업 중인 종로3가 상가 일대의 을씨년스런 분위기는 이미 일상화된지 오래다. 한 점포 대표는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벌써 상가의 점포 두 개는 폐업할 예정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한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신모(31)씨는 “고소득층은 저금리에다 세금를 피하기 위해 금고에 현금을 쌓아둔다 하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 1%의 이자도 소중하다”며 “위험한 줄 알면서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주가연계증권(ELS)에 돈을 넣어두는 선택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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