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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요커 트럼프, 공화당 심장 남부도 뚫었다…‘슈퍼 화요일’ 길목 잡은 트럼프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뉴요커 도널드 트럼프가 압도적인 표차로 공화당의 심장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뚫었다.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21% 개표가 이뤄진 오후 8시 5분 현재 트럼프 후보는 34.2%의 득표를 얻어 승리를 확정 지었다. 두 자릿 수 이상의 대승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트럼프의 승리는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지지기반이 특정지역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남부에 터잡은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음을 확연히 보여줬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여겨지는 남부에서 치러진 첫 프라이머리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또 다시 압승을 거두면서 트럼프가 ‘슈퍼 화요일’ 경선의 길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막을 수 없는” 후보가 됐다=이번 3차 대선 경선레이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면서 “막을 수 없는”(unstoppable) 후보가 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사실상 ‘트럼프 대세론’을 확정지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 북동부에서 성장하고 부(富)를 일궈낸 전형적 ‘뉴요커’인 트럼프가 남부의 심장부를 의미하는 ‘딥 사우스’(Deep South)에 속한 주에서 크게 이겼다는 상징성 자체가 크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평가다.

과거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의 주된 지지기반이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전통적 보수층이 워낙 두터운데다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공화당 유권자의 65%(2012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트럼프로서는 한때 민주당적을 지니고 낙태를 지지한 전력이 있는데다가, 두 차례나 이혼한 개인사(史)로 인해 이 같은 ‘남부의 표심’을 얻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보수적 집단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조차 트럼프가 ‘인기’를 얻고 있음이 분명히 확인됐다.

따라서 트럼프가 거둔 이번 승리는 단순 초기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차원을 넘어 대세론을 전국 단위로 확산할 수 있는 강력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는 특히 미 대선 최대 승부처인 3월 1일 ‘슈퍼 화요일’ 경선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판’을 사실상 확정 지을 수 있을 정도의 상승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여기에 이번에 2위 후보군인 테드 크루즈와 마르코 루비오를 10%포인트 이상으로 누름으로써 도전 의지를 확실히 제어한 측면이 있다.

▶‘분노의 표심‘이 공화당 남부 심장을 뚫었다=공화당 내에선 아웃사이더인 뉴요커 트럼프가 공화당의 텃밭인 남부에서도 압승을 거둔 것은 미 공화당 주류 정치에 대한 ‘분노의 표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8년간 추진해온 이민ㆍ의료개혁 드라이브를 바라보는 백인 보수층의 상실감과 답답함, 중국과 멕시코 등에 공장과 일자리가 빼앗겼다고 느끼는 블루칼라(근로자) 계층과 일반 근로자들의 박탈감 등이 맞물리면서 공화당 주류와 대척점에 선 트럼프 쪽으로 지지세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출신 배경이나 연령 등과 무관하게 보수 유권자들의 속내를가장 확실히 대변해주는 ‘정치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부터 기성 정치의 틀을 파괴하는 막말과 기행, 좌충우돌 행보를 펴는 가운데에서도 백인 보수층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목소리를 대변한다는데 줄곧 ‘초점’을 맞춰왔다.

방송 출연과 유세 과정에서 무지와 몰상식, 인종ㆍ성(性) 차별주의적 경향이 드러나는 부적절한 언행을 보이기도 했지만, 보수 지지층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들 지지층이 내심 굴뚝같이 하고 싶었던 말이나 공개로 하기 어려웠던 말을 대신해주면서 ‘정치적 대리 만족’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세 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경제를 제자리로 되돌려놓겠다”, “중국과 멕시코, 일본으로부터 공장과 일자리를 빼앗아 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에서는 유권자들로부터 줄곧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깊어지는 공화당 주류의 고민=하지만, 트럼프의 이 같은 연승 행진이 반드시 본선행 티켓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결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를 비롯한 당의 주류가 여전히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에 회의를 표하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대로 가다간 힐러리 클린턴에게 고스란히 대권을 갖다바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히스패닉계와 무슬림, 흑인 등 소수인종뿐만 아니라 중도성향의 무당파 유권자들까지도 이탈할 경우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동시에 치러지는 상ㆍ하원 선거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별적으로 트럼프에 대항하기 힘든 당내 주류 후보들이 일정한 조건하에 ‘단일화’를 꾀하며 공동대응 전선을 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 지도부가 후보선출에 개입하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 시나리오도 더이상 ‘아이디어’가 아니라 현실적인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트럼프는 1946년 뉴욕 퀸스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부동산 중견사업가였던 프레드 트럼프와 스코틀랜드 태생인 모친 사이에서 3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나온 트럼프는 베트남 전쟁 당시 부동산에 손을 대기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의 호텔과 고급 콘도미니엄을 운영하는 ‘트럼프 그룹’을 이끄는 최고 경영자다.

그는 출마 당시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원) 이상의 자산을 갖고 주장했으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45억 달러(재계순위 121위)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카타르를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515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수입원은 168개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가 청중의 ‘코드’를 읽고 거침없는 언변을 쏟아내는 트럼프의 유세 스타일은 그의 독특한 이력에 터잡고 있다. 부동산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재벌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엔터테이너의 기질이 강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NBC 유니버설을 NBC와 공동 소유해 TV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한 것이 단적인 예다. 영화 ‘나홀로 집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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