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출퇴근 시간 길면 사망률 높아진다
- 혈당ㆍ혈압ㆍ콜레스테롤 증가로 뇌혈관질환 위험, 우울증ㆍ요통 동반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공립학교 영양사였던 윤모(당시 39세ㆍ여)씨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초등학교로 발령받은 뒤 거주지인 용인에서 학교까지 매일 한 시간씩 운전해 출퇴근을 하던 중 뇌출혈로 2013년 쓰러져 숨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윤 씨가 흡연ㆍ음주를 거의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각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업무환경이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을 악화시켜 뇌출혈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장시간 출퇴근으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해 급기야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여러 차례 발표되기도 했다. 전문의들은 건강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크리스틴 호에너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팀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텍사스 12개 도시 거주자 4297명을 대상으로 ‘출퇴근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출퇴근 거리가 길어질수록 신체활동과 심장혈관 적합도(CRF)가 떨어졌으며,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대사 위험 등 건강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출근 거리가 15㎞ 이상 출퇴근자들은 일반인보다 고혈압일 가능성이 높았으며, 특히 24㎞ 이상 출퇴근자들은 지방과다와 비만, 운동부족일 확률이 높았다. 또 장거리 출퇴근은 잘못된 영양 섭취, 불면, 우울증, 분노, 사회적 고립 등의 증상도 클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에리카 샌도우 스웨덴 우메아대 지리학과 교수가 1994년 당시 55세 직장인 5만 9699명의 출퇴근-건강-사망률 기록을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4년간 분석한 결과, 14년 동안 장거리 출퇴근 여성의 사망 비율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54%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현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장거리 출퇴근으로 운동 등 신체적 활동 부족과 이웃, 친구와 교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적고, 늦은 저녁식사, 수면부족 때문에 체중 증가와 운동 능력 감소,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같이 장시간 출퇴근으로 유발되는 스트레스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켜 뇌혈관질환 및 심장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여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장거리 통근은 우울증, 불안감, 사회적 고립감, 적대감 증가 및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시간 출퇴근에 시달리는 사람들일수록 짧은 통근 시간을 가진 사람에 비해 수면의 질이 더 낮고, 더 많은 피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목과 허리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하루 평균 통근시간은 편도 38분인데 비해 한국은 58분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른 통계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 네 명 중 한 명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 90분 이상을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갇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근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직장인도 전체의 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건강 악화는 물론 생명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상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매일 버스나 전철을 이용해 장시간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 대중교통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척추와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버스나 전철에서 앉아서 이동할 때는 엉덩이를 등받이 쪽으로 바짝 붙이고, 다리는 꼬지 않으며, 머리는 숙이지 말고 목과 허리, 어깨는 바르게 펴 척추와 관절이 받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서 이동할 때에도 몸의 중심을 바로 잡고 양쪽 다리에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키고, 가방은 백팩이나 크로스백을 매는 것이 좋으며, 무릎과 발목을 수시로 스트레칭하고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보통 눈높이보다 낮은 위치에 두고 장시간 사용하기 때문에 목에 많은 부담을 줘 거북목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고개를 세워 액정을 눈높이로 올려 30㎝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최소 20분마다 목을 좌우로 돌려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사람일수록 일상생활 속에서 신체활동이 건강관리에 매우 중요하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고, 한두 정류장 전에 내려 걷거나 일과 중 식사 후에는 잠깐이라도 산책 등을 통한 신체활동으로 심장마비와 같은 심각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th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