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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 운동 최대 위기?…대법, 산별노조 탈퇴 쉽게 허용
-대법원, 발레오만도지회 자체 판단으로 금속노조 탈퇴 결의 타당 판결
-산별 노조별로 갈등 일으키는 지회, 기업 노조로 전환 늘어날 가능성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금속노조ㆍ운수노조 등 산업별 노조의 지회가 독자 결정으로 산업별 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바꿀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동계는 그동안 개별 기업별 노조에서 하지 못하는 단체 협상을 주도하는 등 힘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을 산별 노조로 여겼다. 이번 판결로 산별 노조에서 탈퇴하는 기업 지회가 늘어날 경우 노동 운동이 크게 위축될 우려도 제기된다. 


대법원은 19일 금속노조 간부들이 발레오만도지회를 상대로 낸 총회 결의 무효 소송의 상고심 선고에서 금속노조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금속노조 지회인 발레오만도지회가 자체 총회를 열어 산별노조 탈퇴를 결의한 게 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이야기다. 산별 노조 탈퇴를 기업별 지회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노조를 만들 경우 기업별 노조나 산별 노조나 어떤 형태 갖출 것인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맡겨야 한다”며 “산별노조 지회 등이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노조법이 정한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결의, 의사결정을 하면 독립한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산별 노조란 금속, 운수, 금융 등 동일한 산업군 내 여러 기업이 조합원이 참여하는 노조로 법적으로 교섭권과 파업권이 보장된다. 국내법상 허용되지 않다가 노동운동이 활성화된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을 거쳐 1997년 노동관계법 개정 이후 산별노조가 허용됐다. 산업별로 노조가 조직되면 힘이 세지기 때문에 개별 기업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협상을 주도했다. 매년 임금협상, 근로여건 개선 협상 등을 주도했고 파업 등 실력행사를 하기도 했다. 근로자 차원에서는 노조의 힘이 세지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 임금 상승 등 기대효과가 컸지만, 사업주 입장에서 잦은 파업, 노조의 정치화 등으로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노조 각 지회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이탈이 가능해 질 경우 산별 노조의 힘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법조계의 예상이다.

김기덕 변호사는 “산별노조에서 총파업을 결의한다고도 해도 사업장 별로 이해가 다를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기업별 노조로 전환되는 곳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노동운동이 위축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별 노조가 위축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등 경제민주화가 후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별노조 차원에서 산업별 임금협상을 할 경우 전반적인 임금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개별 기업별로 협상이 진행되면 사정이 좋은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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