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가 법원 명령 거부 의사를 밝힌 직후, 미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불쾌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휴대전화기 하나를 열어달라는 요구에 대해 애플이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법무부가 애플에 제품을 다시 고안하거나 새로운 백도어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고 거들었고, 샌버니디노 테러 사건을 수사한 검찰 마이크 라모스는 “애플이 총기난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진=팀쿡의 법원 명령 거부 메시지 캡쳐] |
반면 미국 정보기술(IT) 업계는 일제히 애플을 편들었다. 피차이 구글 CEO는 트위터에서 “법원이 요구하는 잠금 해제는 (다른 사람이 내 스마트폰을 열어보는) 해킹과 같은 행위”라고 했다. 또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위즈니악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도 고객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테러리스트의 작은 휴대폰 하나를 두고 ‘국가 안보’를 앞세우는 국가와 ‘사생활 보호’를 내세운 IT 기업들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IT기업들은 애플이 이번에 밀려나면, 정부가 안보 논리를 앞세워 무제한적으로 보안 해제 조치를 요구하게 돼 사생활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미국 정부는 올해 초 소셜미디어가 테러 모의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테러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트위터ㆍ애플ㆍ페이스북 대표들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정부 측은 소셜미디어의 암호화를 약화해 정보ㆍ수사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요청했으나, 기업 대표들은 그 경우 자칫 해커나 중국과 같은 국가등이 사적인 메시지를 해킹할 우려 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IT기업들이 명분상으로나 법적으로나 열세에 있으며 결국 애플이 승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테러에 대한 공포가 만연한 상태에서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약한 데다, 상급법원에서도 이러한 논리가 먹힌다면 애플이 사법처리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