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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뻥 뚫린 국가조달시스템…관급공사 낙찰 못받는 이유 있었네
조달청·경쟁사 입찰 해킹
불법 낙찰 일당 줄줄이 실형


조달청 전자입찰 시스템과 입찰 경쟁업체 컴퓨터를 해킹해 입찰 하한가를 조작하고, 불법으로 관급공사를 낙찰받은 일당에게 잇따라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 2013년 컴퓨터 해킹을 통한 관급공사 불법낙찰 사건이 처음 보고된 이후 같은 사건이 줄지어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는 컴퓨터 이용사기,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5)씨 등 6명에게 징역 4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에겐 징역 4년형이, B씨와 C씨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형이, D씨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E씨와 F씨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확정됐다.

이들이 관여한 지방자치단체의 시설공사 전자입찰은 입찰공고, 예비가격 작성, 투찰, 개찰, 적격심사, 낙찰자 선정, 계약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먼저 발주처 재무관이 입찰공고를 한다. 이를 기초로 조달청 서버는 공사기초금액의 +3%나 -3% 범위 내에서 15개의 예가(예비가격)를 생성한다. 각각의 예가와 이에 대응하는 추첨번호가 부여된다.

입찰자는 인증된 입찰자용 컴퓨터를 이용해 입찰금액을 입력한 다음 예비가격이 표시되지 않는 15개의 추첨번호 중 임의로 2개를 선택한다. 시스템은 자동으로 입찰자들이 선택한 예비가격 추첨번호 중 가장 많이 선택된 상위 4개의 번호에 대응하는 예비가격을 평균해 ‘공사예정금액’을 뽑는다. 이를 통해 낙찰하한가를 뽑고, 낙찰하한가 이상에서 가장 가깝게 입찰한 업체 순서대로 계약이행경험, 기술능력, 재무상태,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적격심사를 거쳐 일정 점수 이상인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들은 프로그래머 등을 통원해 각 시설공사 발주처인 지방자치단체 등의 재무관용 컴퓨터를 해킹해 15개의 예비가격과 그 추첨번호를 알아냈다. 이들은 이중 추첨번호 4개를 정하고 경쟁업체 컴퓨터를 해킹해 이들이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일명 나라장터)을 통해 입찰할 때 자동으로 자신들이 정한 4개가 선택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사전에 낙찰하한가를 알아냈고, 특정 건설사는 이를 통해 낙찰을 받았다. 예컨대 동해시가 발주한 ‘태평북로 재정비사업’에 입찰한 T건설은 사전에 낙찰하한가 정보를 받아 이보다 35원 높은 3억2118만8700원에 입찰해 낙찰 받았다.

법원에는 최근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억원에서 수십원원짜리 공사를 여러건 낙찰받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많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G(56)씨 등 25명이 가담한 사건이다. 이들은 봉화군청 등 공사 발주처인 경북권 소재 지자체의 재무관용 컴퓨터와 다른 입찰자 건설업체의 컴퓨터를 해킹해 291억원 상당의 공사 31건을 불법으로 낙찰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는 18일 ‘컴퓨터등사용사기’, ‘입찰방해’ 등으로 기소된 G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제기한 혐의는 대부분 인정되지만, G씨가 이런 범죄를 통해 얻은 이익에 대해 공사대금 상당액을 사기죄의 편취액 및 특정경제범죄법의 이득액으로 본 부분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얻은 이익은 ‘발주처와 계약을 체결한 계약당사자의 지위’라는 액수 미상의 재산상 이익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이런 부분 등을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날 대법원에서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H(65)씨 등 2인에 대한 재판과, I(51)씨 재판 등도 G씨와 같은 이유로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 처리됐다.

조달청 관계자는 “2013년 검찰 수사로 드러났던 전국적 규모의 지자체 관급공사 불법 낙찰 해킹 사건에 대한 판결이 지금 나온 것”이라며 “그 이후 조치를 취해 같은 방법으로 조달청 서버가 뚫리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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