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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아동학대,‘악마’가 아닌 사회의 책임
지난해 말 16㎏의 앙상한 몸으로 집에서 탈출한 인천 소녀 학대 사건으로 시작된 장기 결석 아동 전수 조사가 진행되면서 차마 믿기 어려운 아동학대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고 있다.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사건, 부천 목사 딸 시신 방치 사건에 이어 이번엔 경기 용인에서 어머니가 큰 딸을 폭행 끝에 살해하고는 야산에 내다 묻었다.

비단 이 같은 참상을 몇몇 ‘악마’의 소행으로 미뤄두기엔 속속들이 밝혀지는 아동학대의 민낯이 부끄럽다. 변화와 위기에 빠진 가정 앞에서 사회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아동학대는 새엄마가 팥쥐만 감싸고 돌며 콩쥐를 괴롭히는 동화처럼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 아동학대 살해 사건의 70% 가량은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진다. 이들은 ‘훈육’을 빙자해 ‘폭력’을 행사한다. 문제는 ‘누구냐’가 아니라 ‘왜’다. “부모가 준 것을 머리칼이라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격언이 말해주듯 오랜 기간 우리 사회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겼다. 그래도 아동학대 문제가 크지 않았던 것은 부모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가정과 공동체가 생활을 통해 주입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권력관계는 여전한 상태에서 개인주의화가 진행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당장 밥을 먹지 않고 우는 아이를 보고 부모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지만 도와줄 동네 어르신은 없다. 내가 낳은 내 자식이 나를 속을 썩이니 속이 상해 결국 매를 든다. 폭력이 점점 심해지지만 이웃은 애가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에 나와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제 와서 시간을 조선시대로 돌릴 수는 없다. 아동학대가 쉽게 자란다고 해서 이혼, 별거, 재혼과 같은 개인의 선택을 막을 수도 없다. 변화하는 가정이 위기에 취약하다면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그 위기를 막고 회복을 도와야 한다.

부모 되기 교육이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 집안 어르신이 가르쳤던 가치를 이젠 공교육과 민간 운동을 통해 제공해야 한다. 양육 스킬이 부족해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의 전환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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