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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선에 어른거리는 ‘이라크의 유령’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이라크 전쟁이 다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엄청난 전쟁 비용을 쏟아붓고도 아직 완전히 발을 빼지 못한 데다, 오히려 현지 권력 공백을 야기해 IS가 발호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논쟁은 민주ㆍ공화당 간 다툼은 물론이고, 각 당내 후보 간의 다툼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 공세를 펴며 ‘진보 논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이 상원의원이던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안에 찬성한 것을 비판한다. 그는 이달 3일 있었던 타운홀 미팅에서 “이라크 전쟁을 두고 진보주의자들은 전쟁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단결했지만, 클린턴은 찬성했었다”라며 “클린턴은 중도이거나 진보일 수 있지만, 중도인 동시에 진보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린 힐러리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실수였다고 시인했지만, 동시에 화살을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정부와 공화당 쪽으로 돌리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종파 간 갈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던 독재 지지기반을 모두 와해시키는 바람에 이라크 내 치안이 엉망이 됐다는 것이 힐러리 캠프의 입장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이라크 전쟁 책임론은 주요 화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이 문제에 있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공화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었고 그들(전쟁론자)은 거짓말을 했다”며 “우리는 절대 이라크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가 중동 정세를 헝클어놨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주지사를 겨냥한 이 발언은 미국 진보성향의 반전운동단체에게서도 ‘매우 훌륭한 발언’이라는 칭찬을 받을 만큼 화제가 됐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젭 부시는 ‘이라크 침공은 형이 한 일’이라고 선을 긋는 입장이다. 그는 더 나아가 민주당과 힐러리 전 장관에게 책임을 돌리며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 연설에서 “이라크 철군은 시기상조였으며 치명적인 실수였다”며 “이 공백으로 인해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힐러리 전 장관을 겨냥한 바 있다. 오바마 정부는 힐러리가 국무장관으로 재임하던 2011년 12월 이라크 종전을 공식 선언하고 미군을 철수시켰는데, 이후 이라크는 권력 공백이 생겨 IS가 세력을 확장하게 됐고 결국 다시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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