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의문의 14시간’…美 보수의 代父 스캘리아 대법관 사망, 심근경색? 타살?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앤터닌 스캘리아 미국 대법관의 사망 경위를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공식적인 사망 경위는 ‘심근경색’이지만 일각에서는 타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음모론까지 내놓고 있다. 누구도 그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데다, 시신 발견 후 사망을 선고하기까지의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스캘리아 대법관(79)은 금요일인 지난 12일(현지시간) 친구 한 명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텍사스 주 서브 섀프터 인근의 호화 리조트인 ‘시볼로 크리크 랜치’에 갔다. 리조트의 주인은 휴스턴의 사업가인 존 포인덱스터. 그는 스캘리아 대법관 외에도 30명이 넘는 이들을 초청해 함께 주말을 즐길 계획이었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단체로 꿩 사냥을 했다. 밤에는 파티가 있었지만, 그는 저녁 9시 무렵 피곤하니 자야겠다며 자신의 침실에 들어갔다. 우리 나이로 81세에 달하는 고령인데다, 리조트에 오기 전 홍콩에서 책 사인회를 하는 등 강행군을 펼쳤기 때문에 지칠 만도 했다.

이튿날인 13일 오전 8시30분이 됐는데도 스캘리아 대법관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포인덱스터는 그를 부르기 위해 방으로 갔지만, 방문이 잠겨 있었고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3시간 쯤 더 지나서도 스캘리아 대법관이 나올 생각을 않자, 스캘리아 대법관의 친구와 함께 방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침대에 누운 채로 사망해 있었다. 포인덱스터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법관이 머리 위에(over his head) 베개가 올려진 채로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잠옷은 깔끔했으며 매우 평화롭게 누워 있었다”라고 발견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대법관이 침소에 든 12일 밤 9시부터 시신으로 발견된 13일 오전 11시30분까지 14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누구도 그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 사망하게 됐는지, 정확히 몇시에 사망했는지 미스테리다. 일각에서는 “머리 위에 베개가 올려져 있었다”는 포인덱스터의 말에 근거해 타살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정작 사망 선고를 내린 프레시디오 카운티 법원의 신데렐라 게바라 치안판사는 시신을 보지도 않고, 부검도 없이 사망을 선고했다. 포인덱스터는 사망 선고를 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수소문하다가 결국 게바라 판사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당시 그녀는 쇼핑 중이었다. 그녀는 시신을 살피기 위해 리조트로 가겠다고 했지만, 대법관의 경호를 담당하는 유에스 마셜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대신 20여분 간의 전화통화로 시신의 상태를 전달받고, 오후 1시 52분께 ‘심근경색 혹은 심장마비에 의한 자연사’라고 사망 선고를 내렸다.

게바라 판사가 그렇게 결론 내린 근거는 시신을 살펴본 연방보안관이 타살 정황이 ‘절대적으로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 데다, 스캘리아 대법관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고 주중에 내내 몸이 좋지 않았다는 주치의의 말 때문이었다. 유가족들 역시 부검을 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윌리엄 O. 리치 전 워싱턴DC 경찰 범죄수사팀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사망 선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의사가 지켜보지 않는 상황에서 대법관이 죽었다. 살인수사 훈련을 받지 않은 연방보안관이 살인 정황이 없다고 말했다. 현장을 확인하지도 않고 의학 교육도 받지 않은 치안판사가 심장마비사라고 밝혔다”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또 “스캘리아 대법관에게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약물이 주입된 건 아닌지 철저한 검시도 없이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며 질식의 흔적인 눈이나 입술 아래의 점상출혈이나 독살의 흔적인 특이한 체취를 확인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연방보안관실 대변인은 공식적인 사망 확인은 보안관실에서 한 것이 아니라며 사인을 확정한 치안판사에게 질문하라고 했다고 WP는 전했다. 또 스캘리아의 주치의인 브라이언 모너핸은 WP의 확인 요청에 “환자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의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음모론자로 꼽히는 인터넷 라디오 진행자 알렉스 존스는 13일 밤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스캘리아 대법관이 자연사한 것이길 바라지만 내 직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보수성향 드러지 리포트의 편집장인 매트 드러지와 데일리메일은 “스캘리아 대법관이 머리 위에 베개가 올려진 채로 숨진 채 발견됐다”는 헤드라인을 부각시키며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