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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유 1000원대 시대, 하락 발목잡는 유류세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디젤 차량의 원료인 경유 가격이 10년 만에 리터(ℓ)당 1000원대 시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진정된데다 세금 비중이 60% 가까이 치솟으면서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주유소의 ℓ당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전날 대비 2.88원 하락한 1098.05원으로 집계됐다.

경유가격이 ℓ당 1000원대로 내려온 것은 2005년 7월 이후 10년 7개월만이다. 전국 주유소 경유 가격 평균은 2005년 3월 둘째주(975.41원)를 마지막으로 세자릿수 시대가 끝났다. 이후 같은해 7월 첫째주 1073.79원에서 둘째주 1145.52원으로 오르면서 1100원대로 올라섰다.

국제유가 하락이 급격하게 진행된 지난해 말부터 경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6일 1223.54원에서 7일 1223.61원으로 소폭 오른 뒤 두 달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떨어졌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와 상품 가격의 하락세가 진정된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월 중순 배럴당 22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가 최근 20달러 중후반대까지 상승했고 국제 석유제품 가격 역시 오름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상품시장에서 경유 제품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0월 ℓ당 440.18원에서 11월 422.07원, 12월 357.38원, 올해 1월 284.65원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서는 지난 14일까지 평균 291.86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제품 가격은 시차를 두고 정유사의 공급가와 주유소의 판매가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조만간 국내 주유소 경유 가격의 하락세도 멈출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시대에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유류세 비중도 기름값 하락을 가로막고 있다.

2월 둘째주 기준으로 경유 1ℓ(1108.54원)에는 630원(57%)의 세금이 붙는다. 휘발유에 800~900원에 달하는 세금이 붙는 것과 비교하면 조금 낮지만 경유에도 유류세(교통세ㆍ교육세ㆍ주행세)와 수입부과금, 관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따라붙는다. 경유의 세금 비중은 2009년 이후 40% 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50% 대에 올라선 뒤 올해 들어서는 60% 가까이 치솟았다.

유류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유류세 인하는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유류세 인하,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유류세목 중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는 현재 ℓ당 529원인데, 이 세목은 ℓ당 382원이 적정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이를 30% 정도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유류세 인하 계획이 없음을 거듭 밝힌바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서 열린 바이오 연구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유류세 인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개별소비세는 단기 효과도 있고 인하했다가 다시 올릴 수 있지만, 유류세는 한 번 내리면 올릴 수 없는 것”이라며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27일에도 “유류세가 종량세라 전 국민에게 똑같이 영향을 주고 서민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유류세율이 굉장히 높으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 아직 유류세를 건드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금과 유통비용까지 감안하면 휘발유는 1200원대, 경유는 900원대가 최저 가격 수준”이라며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올해 완만한 상승이 전망되는 만큼, 시차에 따른 하락분까지 반영되고 나면 하락세는 멈출 전망”라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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