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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메디컬 산업 뒤흔드는 ‘여성 너드’ 창업가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너드(Nerd) 시대’다. 10년 전만 해도 컴퓨터, 인터넷만 아는 사회성 부족한 괴짜들 정도로 평가받던 너드들이지만, 모바일 혁명과 함께 고도화된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히려 이들이 이제는 세계를 이끌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나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부호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건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제프 베조스 등 너드들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나 뉴욕의 실리콘앨리를 중심으로 젊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 창업에 한창이다.

여성 너드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출처=게티이미지]

아쉽게도 여성 너드는 아직 남성에 비해 그 숫자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널리 알려진 성공한 여성 너드로는 테라노스 창업주인 엘리자베스 홈즈가 전부다. 하지만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세상을 놀래킬 준비를 하고 있는 여성 너드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의 '은밀한 비밀' 들춰낸 대담한 여성너드=실리콘밸리에서 최근 유전공학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유전공학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스타트업 23앤드미(23andMe)를 창업한 앤 워짓스키(Anne Wojcicki)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CEO인 수잔 워짓스키(Susan Wojcicki)의 여동생이자 구글을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의 전처이기도 한 그녀가 폴 커센자(Paul Cusenza)ㆍ생물학자 린다 애이비(Linda Avey)와 함께 2006년 공동으로 이 회사를 창업했다. 

앤 워짓스키는 예일대에서 생물의학을 전공한 후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과 미국 국립 보건원에서 분자생물학을 연구한 이력이 있다.

워짓스키 대표는 인터넷과 같은 IT(정보기술)와 유전공학 기술이 결합해 정보 분석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줄이면서 그 정보를 널리 활용하게 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23앤드미를 창업했다. 

의사 없이 스스로에 대한 유전 정보를 검사할 수 있는 키트를 내어 놓으면서 23앤드미는 단숨에 뜨거운 감자로 올랐다. 개인의 유전 정보를 사용하는 일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2013년 미국 식약청(FDA)으로부터 의학적 검증을 받을 때까지 키트 판매 중지 명령을 받으면서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짓스키 대표는 2015년 2월, FDA로부터 개인 유전 정보 분석 테스트를 승인받는 데 성공했다. 창업 10년만에 80만명에 달하는 고객들의 유전 정보를 모은 그녀는 현재 12개에 달하는 대형 제약사 및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포브스에 의하면 23앤드미에 대한 투자가치는 11억달러에 달한다. 


▶불임 해결 뛰어든 여성 너드=영국 캠브리지대에서 배아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생식의학 전문가 피래이 바임(Piraye Beim)은 2009년에 셀마틱스(Celmatix)를 창업했다. 

셀마틱스는 뉴욕을 기반으로 한 여성 건강과 불임 문제에 집중한 의료 스타트업이다. 바임 대표는 ‘만약 여성이 단순히 나이라는 정보에만 연연하지 않고 구체적인 데이터와 생물학적 정보에 기반해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를 알 수 있다면 여자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는 고민을 하던 중 창업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셀마틱스는 생물적인 빅 데이터를 모아 여성의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바임 대표는 생물학자에서 비즈니스 리더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들으며 크레인이 선정한 ‘40 언더 40(40 Under 40)’와 테크크런치가 선정한 ‘2015 최고 여성 창업자’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두 여성 너드 손잡다=셀마틱스를 이끄는 바임 대표는 최근 워짓스키 대표에게 파트너쉽을 제안했다. 23앤드미가 보유한 유전 정보 때문이다. 

바임 대표는 불임을 일으키는 원인이 특정 유전자에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23앤드미의 정보를 활용하고자 하는 셈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15세-44세 여성 중 12%가 불임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임신을 방해하는 특정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바임 대표의 설명이다.

실험실에서 현미경만 들여다보던 두 여성 연구자 출신 창업가들이 밖으로 나와 불임으로 고통스러워 하던 많은 부부들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더불어 이 숙원을 해결하며 그녀들 역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역시 기대해볼만 하다.

y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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