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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과 주택연금의 경제학②] “자슥을 우째 믿노…나도 묵고 살아야제”
“자식들에 부담 안 되려면 주택연금 말고는 방법이 없어, 모두 같은 심정일 것…”

일부는 자식과 싸운후 홧김에 역모기지 신청하기도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설 명절이 지나고 주택연금 상담창구를 찾은 어르신들은 “주택 상속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주택연금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상담창구를 찾은 심정을 밝혔다. 일부 어르신들은 “자녀들이 먼저 주택연금을 받을 것을 권유해 상담창구를 찾았다”며 자신들의 사연을 설명하기도 했다.

명절 직후 주택연금 창구를 찾는 어르신의 사연은 크게 두가지다. 명절기간에 가족들과 모인 자리에서 노후 문제를 상의하다가 찾아오거나, 자녀들과 다투고는 홧김에 ‘집을 상속시키지 않겠다’며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택연금을 받으려는 어르신들이 상담창구를 찾아 상담을 받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15일 주택금융공사와 함께 지난 2013년~2015년 사이 설을 전후로 주택금융공사에 들어온 문의 상담건수를 따져본 결과 설 전 5일 평균 상담수에 비해 설 연휴 이후 5일간 상담수가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는 현재 부채감소와 노후보장, 그리고 저소득층 생계 보장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주택연금 3종세트’를 준비중이다.
[사진제공=주택금융공사]
[사진제공=주택금융공사]

최근들어 설ㆍ추석 등 명절 연휴 이후 주택연금 가입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두배이상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은 지난 12일 주택금융공사 서울 중부지사 주택연금 상담 창구를 찾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지만 상담 창구와 상담실은 몰려든 상담신청자들로 만원이었다.

윤방현 상담실장은 “오늘 이미 상담을 한차례 끝냈으며 2시간 간격으로 잡는 예약 상담도 아직 2차례 더 해야 한다”며 “어르신들의 경우 생소한 용어들을 설명해야 해 2시간 간격으로 예약을 잡고 있는데 예약 사이사이에 현장 방문하신 분들까지 설명하다 보면 목이 쉴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서는 김모(60)씨, 2년 전 건설회사를 퇴직한 후 암에 걸린 아내를 간병해 온 그는 60세가 돼서 주택연금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마자 창구를 찾았다고 말했다.

슬하에 따님 한분 계시다는 그는 “딸이 먼저 집을 상속받을 생각이 없으니 주택연금을 통해 스스로 생활하시는데 보태 쓰라고 권유해왔다”며 “딸의 권유와 주택연금 TV광고를 보고 주택연금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월 45만원여의 연금이 나온다는 설명에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국민연금과 개인적으로 들어둔 연금을 합치면 자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 부모들의 심정이 다 그렇다. 자녀들에게 손 벌리기 싫고 도움받기 싫다. 스스로 해야 하는데 주택연금만한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최모(68)씨의 경우 설 연휴 기간 집을 찾은 자녀들이 상속은 필요 없으니 주택연금을 받아 인생을 즐기시라고 해서 상담을 받으러 온 케이스다.

최씨는 “자녀들이 다 성공해서 용돈도 넉넉히 주면서 주택연금으로 여생을 즐기라 했다”며취재진을 붙잡고 한참동안 자녀 자랑을 했다.

그러나 최씨는 “상담을 받으러는 왔지만 그래도 자녀들에게 집을 물려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글픈 사연도 있었다. 주모(63)씨는 지난 설에 아들이 사업에 실패했다며 빚만 남은 상황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하소연 하는 것을 듣고 상담창구를 찾았다.

본인도 풍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며느리와 손주들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도록 매달 생활비를 조금 보태주기 위해 주택연금을 받기로 결심했다는 주씨는 “나중에 죽으면 (집을) 아들 물려주려 했는데 당장 생활이 급하다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집을 팔아 한 몫에 큰 돈을 주는 것 보단 매달 생활비를 보태주는 편이 낫겠다 싶어 주택연금을 택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얼마전, 폐암 말기로 앞으로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의사로 부터 말을 들은 한 할아버지가 가족들에겐 이 사실을 숨긴 채 찾아와 상담을 받으신 적이 있다”며 “자신이 떠나고 나서도 가족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주택연금에 몰래 가입하고 가셨는데 이 경우 배우자분이 생존해 계신 동안엔 연금이 승계돼 지급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 같은 가슴 아픈 뭉클한 사연들도 많아. 최선을 다해 연금에 대해 상담하고 설계해드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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