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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앤스토리] “미래 에너지는 자원전쟁 아닌 기술전쟁”…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연탄·도시가스 거쳐 신재생에너지로의 脫화석연료 선도…안보·형평성·환경 에너지 ‘트릴레마 해결사’ 세계 에너지 CEO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김영훈(64) 대성그룹 회장은 다보스포럼 때만 되면 리포터로 변신한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포럼의 주요 아젠다와 현지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때문. 평소 모범생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답게 13년째 개근하고 있는 다보스포럼의 내용을 전하는데도 빈틈이 없다.

“올해는 ‘4차 산업혁명’이 주제였는데 현재 진행 중인 혁명적인 기술발전이 산업 전반은 물론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이 주제를 선정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과거 산업혁명에 비춰보면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수겠지요.”

세계의 흐름을 읽고, 신사업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참석하는 다보스포럼에서도 김 회장의 가장 큰 관심은 에너지인 셈이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 도시가스 등 에너지 분야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것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도 에너지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김 회장은 오는 10월 세계 최대의 국제 민간 에너지 기구인 세계에너지협의회(WEC) 단독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다. 

김영훈 회장은 “기업을 운영하는 CEO로서, WEC와 같은 민간 국제기구의 운영을 맡기에는 시간과 에너지를 나눠 써야 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부담이 없을 수가 없다”면서도 “한국의 에너지 기업 CEO로서의 책임감도 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시간을 쪼개서라도 사명감을 갖고 주어진 역할을 해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연탄, 도시가스에서 신재생에너지까지=김 회장은 태어나면서부터 에너지와 인연을 맺었다. 김 회장의 아버지인 대성그룹 고 김수근 회장은 1947년 대구에 국내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연탄공장, 대성산업공사를 세웠다. 연탄이 최고의 에너지인 시절을 거쳐 도시가스, 현재의 신재생에너지까지 대성그룹은 에너지 중심 기업이다.

셋째아들인 그가 물려받은 것은 대성에너지(옛 대구도시가스)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신학 석사를 받고 목회자의 길을 준비했던 그지만 선친의 부름을 받고 경영을 시작했다. ‘나라의 복이 무궁하기를 바란다’는 경영철학 ‘국조무궁(國祚無窮)’을 물려준 선친의 뜻을 가슴에 새기고 시작한 발걸음이다. 여전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의 집무실 책상 뒷편에는 이사야 60장 1절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가 적힌 액자가 걸려있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 창출을 넘어 그 시대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지역사회와 국가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설사, 그 사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맡더라도 그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 임직원들이 공익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업무에 임하면 더 큰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되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죠.”

에너지 기업의 CEO로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한다는 것은 사업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WEC가 현재 80% 수준인 화석연료 비중이 2050년에도 50~7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탈(脫) 화석연료의 흐름은 생각만큼 빠르지 않지만 거스를 수 없는 변화다. 대성그룹은 도시가스 사업 외에 솔라윈(SolaWin), LFG(매립가스 자원화) 등 공익에 부합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개발을 통해 꾸준히 기술을 축적해 왔다.

김 회장은 “솔라윈 프로젝트의 경우 해가 있을 땐 태양광, 해가 없을 땐 풍력 발전을 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라며 “개발도상국 극빈 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목표로 개발한 태양광과 풍력 복합 발전 시스템으로 물과 식량 문제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FEW 넥서스(Food, Energy, Water Nexus)에 대한 종합적인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WEC, 에너지 트릴레마(trillemma) 해결에 집중=김 회장의 명함은 한면은 대성그룹 CEO, 한면은 WEC 공동회장으로 돼 있다. 그간 김 회장을 소개할 때도 WEC는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였지만 올해 10월 단독 회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WEC 활동에 더욱 방점이 찍히게 된다.

김 회장은 “기업을 운영하는 CEO로서, WEC와 같은 민간 국제기구의 운영을 맡기에는 시간과 에너지를 나눠 써야 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부담이 없을 수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의 에너지 기업 CEO로서의 책임감도 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시간을 쪼개서라도 사명감을 갖고 주어진 역할을 해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WEC는 에너지 안보, 형평성, 환경적 지속 가능성 등 서로 상충하는 관계에 있는 세계 에너지의 트릴레마 과제에 집중한다.

“좀 더 넓은 의미로 볼 때, 에너지뿐 아니라 식량과 물은 인류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각 자원마다 그 나름의 트릴레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적정기술이며, 각 단계별로 적정기술들의 개발과 활용, 트릴레마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WEC는 글로벌 에너지 커뮤니티의 공공 및 민간분야 정책결정권자, 지식리더,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모이는 포럼으로 지속 가능하고 깨끗한 에너지 공급과 이용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최대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다국적 기업들 대표들이 와서 회사를 홍보하고 헤어지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 전혀 패러다임이 다른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일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에너지 생산국과 소비국, 수출국과 수입국이 모두 참여하는 세계 최대 유일의 에너지 커뮤니티라는 WEC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입장을 가진 그룹과 이해집단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대화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현재 에너지 시장은 저유가 장기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 등 비전통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중이다.

김 회장은 “저유가 현상으로 이어져 생산국가와 소비국 간의 힘의 균형에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신기후체제와 에너지 기술 발전은 탈 화석연료의 흐름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재생에너지, 한국이 선점할 수 있어=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김 회장은 신재생에너지를 발판으로 한국이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김 회장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지금까지의 자원 싸움에서 에너지 효율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신기술과 연관 분야와의 기술 융합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한국은 비록 에너지 자원은 부족하지만 에너지를 포함한 IT, 전지,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해 에너지 산업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스마트그리드 등 기술 개발과 바이오, 로봇기술 등 연관 기술들의 융합이 매우 중요해지는 현 시점에서 에너지 기술과 혁신적인 연관 기술들의 융합에 선제적 투자를 해나간다면, 충분히 세계 에너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지난해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신기후체제’로 영향으로 각국의 정부가 탄소 배출 감축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강제성이 없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참여 국가가 의무감을 가지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저유가 장기화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에너지 효율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는 국가의 강력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재생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김 회장의 노력은 일상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김 회장의 집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직접 생산 중이며, 남해의 무인도를 사들여 바다 해수면의 습기를 끌어모아 식수로 만드는 이 남해 무인도 프로젝트도 착착 진행중이다.

김 회장은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아 실제 생활에서도 많이 활용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라며 “남해 무인도 프로젝트는 그간 여러 단계에 걸친 복잡한 승인 절차와 기술적 검토를 거쳐 현재 에너지시설, 식수 생산시설 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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