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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만km 해안선…테러ㆍ난민에 뻥 뚫린 유럽 뒷문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바다는 유럽으로 들어오는 뒷문이다. 무기, 마약, 사람들이 아무런 검사도 없이 들어오고 있다.”

유럽이 난민과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해 국경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지만, 대부분 육로에만 신경을 집중할 뿐 7만km에 달하는 유럽 해안선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5일, 이스라엘 해안 정보 회사 윈드워드로부터 1월 한 달 간 유럽으로 들어온 배에 대한 정보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1월에 유럽에 들어온 배는 화물선은 모두 9000여 척에 이르는데, 이 중 6% 가량인 540 척이 시리아나 리비아, 레바논 같은 테러리스트가 장악한 지역의 해안을 경유했다. 또 5500여 척은 편의치적선(선박에 세제를 비롯한 기타 편의를 제공해 주는 국가에 선적을 등록하고 있는 선박)으로 선주의 국적을 확인할 수 없는 배였다.

[사진=게티이미지]

가령 지난달 중순에 터키 괼죽항을 떠난 화물선은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가 머물고 있는 리비아 미스라타로 가더니, 3시간 동안 튀니지 해안 가까이에서 해안선을 따라 항해하면서 전파를 교신한 후 원래 목적지인 이탈리아 포잘로로 향했다. 지난해 11월 8일 이탈리아 제노바를 출발해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또 다른 배는 직접 가는 길을 택하지 않고 아프리카를 경유해 500해리(926km)나 되는 우회로를 택했다. 배가 불법 화물을 옮기기 위해 다른 배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의심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서 항구에서의 검역과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럽 대테러 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항만와 해안 안보에 대한 염려가 유럽에서 커지고 있지만 문제의 규모가 워낙 커서 누구도 그것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수백개의 항구를 모니터해야 하고 그것들을 조정해야 한다. 현실은 배의 선장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에 의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라며 사실 배 한 척도 완벽하게 조사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영국 해군 대령 출신의 게리 노스우드는 “현재 해안 안보 상황은 짖지 않는 개와 같다”며 “AK47 소총을 실은 콘테이너를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보낸 뒤 독일 함부르크에서 받는 것은 너무나 쉽다”고 지적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제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규칙(international ship and port facility security code)과 해난구조국제회의 조항 개정을 해안 보안 규정은 강화됐지만, 규정에 그치고 있다. 보안규칙은 항만관리위원회가 구체적인 보안 계획을 가지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권한은 주어져 있지 않다. 노스우드는 “원칙적으로는 규정이 엄정해야 하지만 사실은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다에서의 의심스러운 활동에 대한 정보 공유가 없는 것도 문제다.

영국 국방분야 씽크탱크인 루시의 연구원인 칼럼 제프리는 “유럽의 해안 관련 연구 분석은 대부분이 마약 관련된 것 뿐이다. 테러에 관한 한 해안과 항만 안보는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며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한다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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