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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정적한마디]정의화는 왜 ‘모두까기’가 됐나 “후진적 국회 탓”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의회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관록의 정치인에게 붙일만한 별명은 아니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은 4일 ‘모두까기’가 됐다.

그러나 여와 야를 동시에 조준한 그의 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쇠처럼 묵직했고 비수처럼 날카로웠다.

본회의 참석 여부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국회의원들, 후진적인 국회의 짐을 홀로 져야 했던 ‘서글픈 모두까기’가 남긴 오늘의 결정적 한마디다.


정 의장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그동안 우리는 관습적으로 본회의 참석 여부를 당론으로 결정해왔다. 하지만 삼권분립의 정신에 따라 ‘거수기 국회’를 거부해왔듯, 국회의원 스스로 정당의 거수기 역할을 아무런 의문 없이 자임한 것 아닌지 자문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의 처리를 앞두고 본회의 참석 여부 확정을 끝까지 미룬 야당을 향한 일침이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의 위상과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은 올바른 의회ㆍ정당 정치의 길이 아니”라며 “의원 총회를 통해 충분한 의견 교환과 토론을 진행하되 본회의 참석 여부는 의원 각자가 정하는 선진국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여야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을 점잖게 꾸짖었다.

19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느 편에 치우치지 않고 의회주의 복원에 힘쓰는 ‘조정자’를 자처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그의 진정성은 고성과 아우성으로 가득했던 본회의장을 이내 잠잠하게 만들었다.

고향(새누리당과 청와대)과 잇단 대립각을 세우며 고된 마지막 임기를 보낸 그가 과연 ‘배신’의 심판을 받게 될지, ‘소신’의 대가를 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날 어수선한 본회의장 가운데서 울린 그의 한 마디는 오래도록 정치권의 교훈이 되리라는 것이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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