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침까지만 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2일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행사를 갖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차기 유력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늘 선두권으로 꼽히는데다 우리 정치사에서 쉽지 않은 제3당 창당에 나선 안 대표만큼 이날 ‘결정적人’에 잘 어울리는 인물도 없을 듯 싶었습니다.
여기에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에 전격 입당하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비선실세’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사건인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의 주역이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일하던 인물이 ‘적지’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얘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장이 이날 생일은 맞은 박 대통령에게 선물로 보내려던 국내 재배종 난인 ‘황금강’을 둘러싼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결정적人’의 첫 주인공을 다시 한번 바꿔야 햇습니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난을 정중하게 사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은 온통 여기로 쏠렸습니다. 박 대통령은 단연 최고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여야간 합의된 법안조차 처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난을 주고받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사양했다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더민주의 조 전 비서관 영입에 대한 불편함을 난 거부라는 우회적인 수단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왔습니다.
결국 청와대는 뒤늦게 이병기 비서실장이 나서서 난을 수령하고 박 대통령이 현 수석을 강하게 꾸짖고 질책했다는 내용까지 공개하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생일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갈 지경”이라면서 국회를 향해 기존 법안에 더해 10개의 법안을 추가 처리해달라고 한 당부는 ‘난 해프닝’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이래저래 박 대통령의 64번째 생일은 편안치만은 않았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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