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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천성 판막질환 태아, 심장수술 없이 엄마 뱃속서 풍선으로 치료
- 서울아산병원 원혜성․김영휘 교수팀, 협진 통해 고난도 태아치료 국내 첫 성공
- 태아의 좁아진 대동맥판막에 풍선확장술, 심장기능 73%까지 회복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선천적으로 심한 판막질환을 갖고 있는 태아는 출생 후 여러 번의 가슴을 여는 심장수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최근 출생 이전에도 엄마 뱃속에서 좁아진 판막을 풍선으로 넓히는 시술이 가능해졌다. 특히 아기가 태어나서 여러 번의 심장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원혜성 교수(왼쪽 두번째)팀이 태아에게 풍선확장술을 시행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ㆍ이미영 교수와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팀은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는 29주의 태아에게 최근 엄마 뱃속에서 대동맥판막 풍선확장술을 시행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이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를 연결하는 문인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아 심부전 등이 발생하고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선천성은 임신 20주 전후에 산전 초음파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진단이 비교적 쉬운 것에 비해 지금까지 태아에서는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었다. 출생 후에 치료를 하려면 상태가 이미 악화돼 있어 여러 번에 걸쳐 가슴을 절개하는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원혜성 교수와 이미영 교수는 태아의 심장을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엄마 배를 통과해 태아의 대동맥판막까지 카테터를 삽입한 후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의 도움으로 풍선을 부풀려 좁아진 판막을 넓히는 시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행했다.

시술은 약 30분 정도 진행됐다. 이를 통해 태아의 좁아진 대동맥판막이 넓어지면서 심장기능이 73%(50% 이상이면 정상)까지 회복했고, 추가적인 심장수술도 시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교수(산부인과)는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일찍 진단이 되더라도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 출생 후 여러 번의 심장수술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태아 때 조기치료를 통해 신생아 심장수술에 대한 부담과 부모들의 걱정이 크게 줄어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원 교수는 “그동안 1100례 이상의 태아치료 경험과 진료과 간의 유기적인 협진으로 이번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며, 향후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은 지난 1991년에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현재는 미국 보스턴 어린이 전문병원에서 가장 많은 치료를 하고 있다.

2014년 이 병원에서 시행한 100례 이상의 시술에서 77%의 성공률을 보였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의 태아는 출생 후에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도 심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시술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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