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싸고 쉬울때 따자” 수강생 몰려
이르면 하반기부터 운전면허시험이 어려워진다는 소식에 아직 운전면허가 없는 시민들이 운전면허시험장으로 몰리고 있다. 운전면허시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바심이 이들을 재촉한다.
경찰청은 학과 시험과 장내기능시험 평가 강화에 초점이 맞춘 운전면허시험 개선안을 내놨다. 2011년 6월 간소화된 현행 운전면허시험이 ‘물면허’라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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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시험의 문제은행 양은 730문제에서 1000문제로 늘었다. 장내 기능시험은 현행 50m를 주행하며 와이퍼 및 방향지시등 등의 차량조작 능력, 차로 준수ㆍ급정지 2개 항목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300m 이상 주행하면서 좌ㆍ우회전과 신호교차로 통과, 경사로, 가속구간 및 T자 코스(직각주차) 등 총 7개 항목을 평가하도록 바뀌었다.
신호위반과 30초 내 미출발 등 실격사유도 5개 늘었고 의무교육시간은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면허시험이 강화된다는 소문이 운전면허전문학원을 중심으로 돌면서 연 120만~150만명을 유지하던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는 지난해 229만여명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해 말 관련 공청회가 열리자, 올해부터 시험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 응시생들은 면허 취득을 서둘렀다. 장내기능 시험이 강화되기 전에 면허를 취득하려는 응시생들은 주로 운전면허시험장으로 모이고 있다. 면허 시험장에서 딴 운전자의 비율은 연 평균 30% 후반대에서 43.1%로 늘어났다. 60% 이상을 유지하던 전문학원 출신 합격생은 56.9%로 내려앉았다.
28일 오후 서울시 강남운전면허시험장 2층 시험접수대는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없이 응시생을 가득 찼다. 이미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는 응시생만 200명에 가까웠고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족히 700~800명 수준이었다. 면허시험장 관계자는 “이맘 때가 방학 시즌이라 대학생들이 몰려서 워낙 사람이 많을 때이긴 하지만 오늘이 평일인 점을 감안하면 좀더 많은 편”이라며 “경찰청이 운전면허시험을 어렵게 바꾼다고 발표하면서 더 몰린 게 아닌가 싶다”고 분위기를 전했다.김철희(21) 씨는 “몇달 뒤면 군대에 들어가게 됐는데 다녀오고 나면 운전면허가 어려워질거란 얘기를 들었다”며 “쉬울 때 빨리 따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학과 시험부터 접수하러 왔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의 한 운전면허학원 관계자는 “면허시험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는 2014년부터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수강생이 하루이틀 사이에 늘어난다기보다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다만 개선안이 발표된 이후 문의 전화는 좀더 많이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1대 1 강습을 받을 수 있고 평소 연습한 장소에서 시험을 볼 수 있는 전문학원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응시생들이 운전면허시험장을 찾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경찰청은 현재 운전면허전문학원을 이용할 경우 40만원 초반의 비용이 들지만 개선안이 시행되는 하반기에는 7만~8만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마디로 어려워진 시험에 응시생들은 심리적ㆍ금전적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안주희(23ㆍ여)씨는 “시험이 어려워지면 전문학원에 가야 하고 그러면 비용 부담이 클 것 같다”면서 “기능은 워낙 쉬워서 걱정이 안되고 주행 시험은 실내운전연습장에서 실제 주행코스를 구현한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할 생각”이라며 학원 대신 운전면허시험장을 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실내운전연습장에서는 면허취득과정을 25만~30만원에 운영하고 있다. 도로주행시험에 탈락한 사람은 시간당 3만5000원으로 추가 연습도 가능하다.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최소 비용 6만7000원까지 합해도 학원에 등록해 따는 것보다 20% 가량 비용이 덜 든다는게 안 씨의 설명이다.
원호연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