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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멍뚫린 인천공항] 경찰, 용역에 보안 떠넘기고 ‘수수방관’
보안요원 채용하면 아무도 감독 안해… 업무 감독권 警 ‘들러리’ 전락
컨트롤타워 부재, ‘대테러보안대책협의회’도 그때그때 개최



[헤럴드경제=원호연ㆍ신동윤(인천) 기자] 경찰이 인천공항 내 일상적 보안 업무를 용역회사에 소속된 보안요원에 맡긴 채, 평상 시 이들을 지휘할 체계도 구성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 4500만명이 넘는 국내외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의 보안이 컨트롤타워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왔다는 얘기다.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1일 “인천공항 내 보안은 보안요원이 전반적으로 맡고, 경찰대는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경찰도 순찰을 돌고 보안 검색대에 배치돼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보안요원들이 우선으로 (보안관련된 일을) 한다”고 밝혔다.

아랍어 메모지와 함께 발견된 폭발물 의심 물체 발견, 지난달 잇달아 밀입국한 중국인 부부와 베트남인.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에 허술함이 발견됐다. 1일 외부 용역 직원인 인천공항 보안 요원들이 인천 중구 인천공항 내 출국장을 돌며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출국 시 탑승권 확인 등 경비보안과 검색은 보안요원들이 담당하고 해당 업무에 대해 경찰이 감독권을 갖는다. 보안검색대 통과 후 여권 심사대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가 관할한다. 그외에 대합실이나 식당, 화장실 등 터미널 내외의 평상시 보안은 보안요원들이 전적으로 맡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들 보안요원은 모두 용역 회사가 고용한 비정규직 인력이다. 이들은 경비보안과 보안검색 등 업무에 따라 3개 용역사에 나눠져 속해 있는데다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근속연수가 2년 이하다. 근무 경력이 6개월 미만인 직원도 280명(26%)이나 됐다. 유사시 상호 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경찰이 보안요원에 대해 감독권을 갖는다지만 실제 평상시 보안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유사시 초동대응을 하기 위한 지휘체계는 사실상 없다. 현재 인천공항경찰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국세청, 법무부 등 상주기관의 보안 관련자들의 ‘대테러보안대책협의회’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 협의회는 실제 보안사안이 발생할 때에 소집될 뿐 보안요원에 대한 정기적인 감독 역할은 수행하지 않고 있다. 공항경찰대 관계자는 “(보안요원을 포함한) 정례 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면서 “필요하면 그때 그때 실무진들만 만난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 새벽 일본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중국으로 가야 했던 중국인 부부가 여객터미널 3번 출국장 내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을 통과하고 보안구역과 일반구역을 차단한 최종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9분 간 흔들어 손상시킨 뒤 유유히 빠져나가는 동안 공항 보안요원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워낙 대범하게 흔드는 모습에 문을 수리하거나 청소하는 사람들일 것으로 착각했다는 게 이 요원의 해명. 그러나 이들 부부는 이미 2층 출입국 심사대에서 환승자격 입국을 거부당한 상태여서 보안요원 간 의사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현장에서 검거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테러 위협이나 안전사고에 쉽게 흔들리는 것이 인천공항의 현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 2014년 항공보안 불시점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모의 다이나마이트 및 은닉 칼 등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공사는 2014년 3월 12일 상주직원 통로 휴대물품 모의폭발 엑스레이 판독에서 실패했고, 지난 4월 24일 모의 폭발물, 위해물품 적발능력, 비정상상황 대응체계 및 보호구역 출입통제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2014년에 실시한 항공보안 불시평가에 두 차례 모두 실패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합방위법에 각 주요시설 보안 책임은 시설주체가 책임지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경찰이 모든 주요시설을 다 책임질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발견된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를 아랍어 전문기관에 의뢰해 용의자 성향을 분석키로 했다. 이 메모지에는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다. 신이 처벌한다”라는 글자가 아랍어로 적혀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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