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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한가요①] “혼자면 어때” 이제 ‘나홀로’가 대세
일상 파고든 혼자문화…상대방 눈치 안보며 나혼자…2030 슬픈 자화상 옛말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요즘 직장인 박모(28ㆍ여) 씨의 낙은 혼자 노래부르기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노래로 해소하는 걸 즐겼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2~3회 씩 노래방에 가는 건 꿈도 꾸기 어려웠다. 2만원이라는 비용을 치르고 2시간 넘게 혼자 노래를 부르기엔 물질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다소 버거웠기 때문이다. 박 씨는 “퇴근길에 우연히 코인 노래방을 보게 됐다”며, “가격도 1000원에 3곡으로 저렴한 편이고,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퇴근 후 잠시 들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가기 좋아 자주 가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에 이어 ‘혼방’(혼자 노래방가기)까지 등장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혼자 즐기는 문화가 점차 넓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5’에 따르면 15세 이상 한국인 2명 중 1명은 혼자 여가 즐기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56.8%가 이같이 답한 것. 이는 지난 2007년 조사 결과인 44.1%보다 12%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반면 친구와 여가를 보낸다는 응답자는 2007년 34.5%에서 8.3%로, 7년 사이에 26.2%포인트 감소했다.

혼밥도 더 이상 일부 ‘나홀로족’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최근 한 이동통신업체가 대학생 및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혼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00명 중 혼밥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482명으로 96.4%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 특히 ‘혼밥’을 한다는 응답자의 66.8%인 322명은 일주일에 10회 이상 혼자 밥을 먹을 정도였다.

나홀로족에 대한 청년들의 시선도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혼밥족’, ‘혼술족’ 상당수가 주변의 시선이 민망해 쫓기듯 식사를 해결하고 음주를 즐겼다면, 요즘엔 외려 나홀로족들이 떼거리 문화를 ‘독립적이지 못하다’,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바라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학원생 이모(27ㆍ여) 씨는 “친구나 지인과 만나게 되면 상대방 눈치를 보느라 내가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하기 힘들다”며,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만 딱 즐기고 집에 들어올 수 없어 지출이 커지는 것도 문제”라고 털어놨다. 대학생 박모(24) 씨도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에 토익학원에, 해야할 일이 투성인데 매번 과 동기들과 시간 맞춰 밥 먹기가 어렵다”며, “그렇다고 혼자 못 먹는다고 쌩으로 굶거나 편의점에서만 해결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변화는 빅데이터 상으로도 엿볼 수 있다. 지난달 광고업체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직장인’, ‘혼자’, ‘한잔’이라는 3개 키워드를 포함한 소셜데이터 1만9085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감성 키워드가 ‘좋아하다’, ‘즐겁다’, ‘행복하다’ 등 긍정적이었던 것.

개인적 속내를 엿볼 수 있는 키워드만 따로 살펴보면 ‘맛있다’가 6576건으로 가장 많았고, ‘좋아하다’ 5576건, ‘힘들다’ 4089건, ‘즐겁다’ 3069건, ‘분위기’ 2927건, ‘힐링’ 2490건, ‘행복’ 2134건, ‘편하다’ 2099건, ‘간단하다’ 1890건 등의 순으로 자주 언급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나홀로족의 등장이 경제불황, 취업난, 개인주의 등에서 비롯된 2030세대의 슬픈 자화상이라 보고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이를 더 이상 ‘생계 문제’로만 단정지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관계에 치중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을 자유롭게 즐기려는 움직임이 늘어난 점도 한몫한다는 것이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과 맞춰가려 했지만 요즘 청년들은 점점 정서적ㆍ경제적으로 타인과 시간을 보내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며, “그러다보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겠다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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