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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재구성] ‘욱 살해’ 살인미수?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이웃 간에 벌어진 칼부림. ‘욱’했다는 가해자 측 변호인과 피해자 구호조치를 안해 살해의도가 있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위현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정에서다.

사건은 작년 8월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금천구 홍모(63)씨 옆집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정모(49)씨가 홍씨 집 앞에 알루미늄자재를 쌓아놓아 일이 불거졌다.

그동안 홍씨는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그날만큼은 달랐다. 술에 취한 홍씨가 화를 내며 쌓아둔 알루미늄 자재를 땅바닥에 던졌다. 홍씨는 평소 알코올 의존증이 있었지만 뇌경색 진단을 받고서 1년간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술을 마셨다.

정씨와 홍씨는 말싸움을 벌였고, 홍씨가 자재를 정리했지만, 집어던지며 쌓았다. 정씨 공장의 간판 일부가 부서졌다.

홍씨가 갑자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웃간 사소한 싸움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홍씨는 집안에서 흉기를 들고 다시 나타나 정씨의 배를 한 차례 5㎝ 깊이로 찔렀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씨는 응급처치를 받았다. 과다 출혈로 쇼크가 오기도 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검찰은 홍씨가 살해할 의도로 흉기를 휘둘렀고 이후 다친 정씨를 병원으로 데려가지도 않았다며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홍씨는 재판에서 “홧김에 위협만 하려 했는데 정씨는 오히려 ‘배 째라’며 배를 보이며 비아냥거려 흉기를 들이밀었을 뿐 세게 찌른 건 아니었다. 그다지 아파하지 않은 것 같아 그냥 집에 들어갔다”며 살해 의도를 부인했다.

피해자 정씨는 홍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에서 나온 홍씨가 ‘간판 값을 물어주마’라고 소리쳐서 배상할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찔렀다”고 진술했다.

당시 목격자도, CCTV도 없어 두 사람이 어떻게 싸웠는지는 알 수 없다.

검찰은 “살해할 생각이 없었다면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복부의 지방질 덕에 치명상을 면했을 뿐, 위험한 부위를 찔렀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배심원단은 평의를 거쳐 9명 중 1명만이 살인미수에 유죄 의견을 냈다. 나머지 8명은 살인미수는 무죄,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수상해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 의견에 따라 특수상해 혐의만 인정해 홍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전 특별한 다툼이 없었고 공격도 한 차례뿐인 점 등을 고려하면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 선고 직전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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