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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정치혐오’와 ‘정치방언’의 사슬 끊기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여의도에는 여의도만의 사투리가 있다. 한자의 사용법에도, 완성된 단어의 뜻에도 큰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왠지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특이한 언어다.

정치인들이 대화에 들이는 수고를 줄이고자 쓰는 줄임말이나, 과하게 ‘격’을 높인 한자어가 주를 이룬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조강특위’로, 선거대책위원회는 ‘선대위’로 줄여 부르거나, 새해인사회, 만남, 식사 정도로 불러도 될 행사에 굳이 ‘신년하례회’, ‘회동’, ‘조찬ㆍ오찬’ 따위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다.

문제는 이런 ‘정치방언’이 종종 대중의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청년과 장년, 빈자와 부자, 일반인과 전문가. 모든 계층이 무리 없이 정치 정보를 전해듣고 소통에 나서야만 사회가 더욱 성숙할 텐데, 기본적인 대화조차 알아듣기가 어려우니 ‘관심’과 ‘이해’는 사치다.

정치방언을 알아듣는 데 무리가 없다고 해도 누군가는 ‘우리는 격이 다르다’고 온몸으로 외치는 그 ‘언어의 차별’이 고깝다.

고종석 작가의 글을 빌리자면, “아는 게 돈인 세상”이라고 해도 될 말을 굳이 비틀어 “지식의 자본화가 가속화하는 시대”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치방언이 계급과 계층을 구분 짓고 여의도에서 일반인을 소외시키는 일종의 ‘구별 짓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 복지에서부터 보육정책까지 정치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끼는데, 막상 관련 기사를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한 사회 초년생의 하소연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아울러 친노ㆍ비노, 친박ㆍ비박 등 특정인물 중심의 계파정치를 부추기는 정치방언은 여의도를 향해 마음과 귀를 열었던 적극적인 시민들에게도 극심한 피로감을 선사하기 일쑤다.

더불어민주당 뉴파티위원회가 지난 26일 발표한 ‘뉴파티 거부 10계명’ 가운데 “보통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는 정치방언을 쓰지 않겠다”는 항목에 유독 눈길이 가는 것은 그래서다.

“언어가 반영하는 사회적 불평등이나 불공점함 자체를 바로잡지 않는 한, 말을 다듬고 바꾸는 것은 큰 뜻이 없다. 그러나 편견을 드러내는 언어의 사용 자체가 불평등과 불의를 고착시키고 강화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언어학에서는 일가를 이룬 고종석 작가의 말이다.

가장 낮고 쉬운 곳에서 가장 큰 변화가 시작된다. 더민주의 ‘정치혐오’와 ‘정치방언’의 사슬 끊기 실험을 응원하는 이유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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