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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인중개사 9만명 시대 ①] 한집 걸러 ‘부동산’…도전받는 울타리 ‘혼돈의 시대’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오늘날 우리나라 부동산 중개업계는 하나의 거대 세력으로 성장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개업공인중개사(중개사ㆍ중개인ㆍ법인 통합)는 모두 9만23명(지난해 3분기 기준)이다. 1년 전 같은 기간(8만5263명)과 비교해 6% 가량 증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개업공인중개사 숫자는 2010년 이후 점차 줄어들었다. 2013년 3분기엔 8만2173명으로 최저치를 찍었다. 이후 반등하며 분기마다 1000명 가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외형적으론 몸집을 불렸으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밖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의 영역을 넘보는 경쟁자들이 성장하고 있고 내부에서는 변화를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개업공인중개사가 9만명을 넘어섰다. 업계의 외형은 커졌지만 변호사들이 부동산 업무에 진출하거나, 모바일 중심의 중개시대가 열리는 등 외부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발전을 위한 자가 노력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사진=헤럴드경제DB]


일각에선 중개업계를 둘러싼 논란들이 국내 부동산산업 전체의 지각변동 전초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도전받는 울타리=전통적인 중개업의 영역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달 초부터 정식 영업을 시작한 ‘트러스트’라는 회사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트러스트는 변호사들이 부동산 거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변호사들은 대상 물건의 현장 사진, 권리분석 보고서 등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거래 과정 전반을 돕는다. 변호사 4명이 소속돼 있다.

공승배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 대표는 “우리는 중개를 하는 게 아니고 거래 과정에서 법적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일반 중개업과는 차별성을 강조한다.

공인중개사들은 발끈한다. 9만여 공인중개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미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 변호사들이 중개 행위를 하는 건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공인중개사협회 쪽에선 “변호사법에 따른 법률사무는 공인중개사법에서 중개행위와 엄연히 구별된다. 일반적인 법률사무에 중개행위가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례도 있다”며 “더구나 트러스트가 ‘부동산’이란 단어를 홈페이지 등에 사용하고 중개대상물을 표시ㆍ광고하는 것도 위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도 또 다른 도전이다. 2012년 직방을 시작으로 다방, 방콜 등이 줄줄이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표방하고 나왔다. 이런 플랫폼들은 제한된 시간에 많은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오프라인 중개업소를 직접 찾아 집을 물색하고 계약을 고심하는 ‘전통적인 절차’ 보다 시간, 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더구나 최근 주택시장의 무게중심이 매매ㆍ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가는 것도 모바일 중개 앱의 힘을 키우는 배경이다. 중개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1인가구가 전체 가구유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3.9%까지 늘어났다.

“변해야 산다” = 그렇다고 중개업계가 변화는 환경을 지켜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다.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정부도 중개업계를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며 지원하고 있다.

국회에선 지난해 말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여기엔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에 더해 매매행위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매매 대상은 주택과 준주택(분양권 포함)을 제외한 상가나 빌딩 등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법인과 개인 중개사는 매매업을 할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 집 걸러 부동산’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포화상태에 이른 중개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에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업이 가능해지면 자칫 중개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매매업이 허용되면 중개시장에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직무교육도 ‘고인 물’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중 하나다. 2014년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개업공인중개사가 2년마다 12~16시간의 연수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전까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의무적으로 연수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최근 연수교육을 받은 송파구 잠실동 한 개업공인중개사는 “10년 넘게 아파트만 다루다 보니 토지나 상가 같은 부동산의 내용은 많이 잊고 있었던 차에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며 “그동안 나를 비롯해 공인중개사들이 공부에 소홀히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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